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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과 월급쟁이 세입자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4.03.26 | |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2주택 소유자의 집에 세(貰) 들어 사는 A씨, 지난해 급여로 월 200만원, 연 2400만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A씨는 근로소득세로 연 31만3000원, 건강보험료로 연 75만2000원, 연간 총 106만5000원의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냈다. 그런데 서울 방배동의 9억원 짜리 자가 단독에 살면서 사당동 소재 다가구 10세대를 세 놓아 연 6000만원(월 5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집주인은 그동안 세금 한 푼 안냈다니 분통이 터진다.
주택 2채 이상을 소유한 임대소득자 136만 5000명 중 지난해 임대소득세를 낸 사람은 고작 8만3000명, 집 부자 약 128만명이 임대소득세를 한 푼도 안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연 2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 295만명은 꼬박꼬박 법에 정해진 세금을 내고 있다. 한편 ‘94년에 도입된 주택임대사업등록제는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등록한 인원은 5만4000명으로서 대상자 대비 4%에도 못 미친다. 정부가 20년 동안 주택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와 관리를 방치해왔고, 시장에 주택임대 소득세는 안내도 되는 세금이라는 인식을 심어놓았다. 최근 국토부로부터 넘겨받은 확정일자 자료를 근거로 누락된 임대소득세를 추징하겠다는 국세청 방침에 주택시장이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대책에 의하면 2주택자이면서 연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자는 앞으로 2년 동안 세금과 건보료를 한 푼도 안내게 된다. 또한 정부는 2년 후인 2016년부터 이들에게 임대소득세를 과세하면서 경비율을 45%에서 60%로 인상하고, 저세율로 분리과세 하는 등 대폭적인 세금 혜택을 준다. 여기에 과거에 탈세한 세금도 불문에 부치겠다고 약속했다. 주택임대소득자에 대한 이런 묻지마식 세금 지원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 형평성을 허문다. 2주택 소유자 집에 세 들어 월세를 내는 유리지갑 근로자에게는 소득공제 축소 등 세금을 강화하면서 이들보다도 몇 배 형편이 나은 집주인들에 대해 퍼주기식 세금지원에 나서는 것을 어느 누가 수긍하겠는가. 지금 정부측면에서 필요한 건 주택임대사업자의 실제 임대소득 등 관련 정보다. 정부 방침대로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비과세하면 아무런 정보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복지재원만 축내는 ‘먹튀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금을 비과세하면 납세자의 아무런 신고 없이 무조건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주택임대소득자에 대한 세금지원 방식을 ‘비과세에서 세액감면’으로 바꿔야 한다. 여기에 전월세계약서와 함께 임대소득 정보의 성실신고도에 따라 세액감면율을 차등 적용하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이래야 전월세 과세 및 월세소득공제, 전월세가격 변동 추세 등 주택임대차에 관한 ‘정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정부가 주택임대차를 선진화하려는 목적은 ‘세입자 보호’에 있다. 부자인 주택임대사업자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돼선 안 된다. 또한 정부는 더 이상 정책 효과가 불투명한 조세정책으로 세수를 일실하고, 근로자 등 성실 납세자를 바보로 만들지 말라.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은 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임대소득자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걷고 세입자 지원은 단기적으로 주택바우처,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정도(正道)다. 관련법의 국회심의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 2014.03.25.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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