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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원칙 무시한 월세대책 박상근 경영학박사 14.03.17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연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영세 소득자 294만명은 2012년에 1인당 연평균 17만8,000원, 총 5,233억원의 세금을 냈다. 하지만 이들보다 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부분 2주택 임대소득자는 그동안 임대소득세를 한 푼도 안 냈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에 의하면 일정한 조건에 해당하는 주택임대소득자는 앞으로 2년 동안 세금 한 푼 안 내고 이들이 과거에 탈세한 세금도 추징당하지 않게 됐다.

또 정부는 2016년부터 연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인 2주택자에게 임대 소득세를 과세하면서 경비율을 45%에서 60%로 상향 조정,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 등 온갖 수단으로 세 부담을 대폭 덜어주기로 했다. 도대체 왜 주택 2채 중 1채를 임대해 월 166만원의 임대소득을 챙기는 집주인이 월 100만원도 못 버는 무주택 구멍가게 주인이나 2주택자의 집에 세 들어 월세를 내는 영세 근로자보다 세금 혜택을 더 받아야 하는가.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영세 자영업자와 근로자 입장에선 박탈감을 느끼고 분통 터질 일이다.

이번 주택임대차 대책의 최대 수혜자인 2주택자들은 전 국민의 8% 이내에 드는 부자에 속한다. 아무리 정책 수행상 필요하다지만 이런 부동산 부자에게 앞으로 2년간 세금을 면제하고 과거 탈세까지 눈감아주는 정책은 크게 잘못됐다. 정부가 앞장서 법치주의와 조세 공평성을 무너뜨리면 법은 누가 지키고 세금은 누가 내겠는가. 더구나 이런 정책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 송파동 세 모녀 같은 극빈층을 도울 세금을 부자가 갉아먹는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온당치 못하다.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부자 대책'이라는 비판을 다소라도 피하려면 세금을 비과세하는 2년을 월세 세액공제 및 전월세 과세를 위한 근거자료 수집, 전월세 시장의 정보 인프라 구축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가 이대로 손 놓고 2년이 지나면 주택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재연될 것이다. 이러면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정상화는 또 물 건너갈 것이고 더 이상 주택임대소득자의 세금을 감면해줄 명분이 없어진다.

정부 방침과 같이 주택임대소득세를 비과세하면 집주인은 아무런 신고 없이 세금을 물지 않게 되면서 법 밖에 놓이게 된다. 이러면 주택임대차 정상화에 필요한 정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다. 앞으로 2년 동안 2주택 임대소득자가 임대소득에 관한 정보를 성실하게 신고하는 경우에 한해 해당 세액의 100%를 감면하는 세액 감면으로 가야 한다.

한편 신고 누락 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철저히 추징하고 2년 후부터 연차적으로 세액감면율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래야 공평 과세가 이뤄지고 주택임대차 시장이 정상화된다. 장기적으로 주택임대소득자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받고 세입자 지원은 재정으로 하는 방법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구하는 게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고, 세 부담은 공평해야 한다.' 헌법이 천명하는 조세원칙이다. 정부 스스로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앞으로 누구에게나 엄정한 잣대로 법과 원칙을 적용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또다시 세금을 안 내고 버티는 국민에게 면죄부를 주는 방법으로 성실 납세자를 바보로 만들어선 안 된다.

/ 2014.03.17. 서울경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