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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터진 전월세시장, 뒷북치는 정부 박상근 경영학박사 14.03.06
박근혜정부들어 수차례 전월세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세가격은 줄기차게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억 25만원으로 아파트 전세가격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처음 3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2012년 8월 이후 계속 올라 올해 2월 현재 1년 7개월 연속 상승(12.88%)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후속조치로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전세에서 월세로 시장의 중심이 옮아감에 따라 전세지원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대신 월세지원을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월세 세제지원 대상을 연봉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늘리고 공제방식도 소득공제에서 연 월세의 10%를 낼 세금에서 빼주는 세액공제로 바꿔 한달치 월세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효과를 거두겠다고 한다.

정부의 한달치 월세 지원세제는 그 대상이 아주 제한적이어서 과장 정책 홍보에 해당한다.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극빈층은 낼 세금이 없어 대상이 되지 못하고, 혜택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 집중될 것이다. 여기에 최악의 경기 침체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집주인의 비협조도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여기에 월세임대차에 대한 기반 구축이 미흡한 상태에서 기대하는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집주인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 2012년 주택임대소득 신고 대상자 136만 5,000명 중 세금을 낸 사람은 8만 3,000명으로서 고작 6%에 불과했다. 국세청은 뒤늦게 국토부로부터 확정일자 자료를 넘겨받아 집주인에 대한 대대적 과세 작업에 나서겠다고 한다. 사후약방문격이다. 주택임대시장은 세(稅) 공포에 휩싸였다. 세금으로 인한 월세인상, 조세저항 등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속도 조절론도 나온다. 그렇지만 월세 세액공제의 기반 구축, 전월세시장 정책자료 확보, 공평과세 측면에서 주택 월세에 대한 과세를 지금과 같이 전면적으로 방치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주택임대차시장 사정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임대주택등록제를 유명무실하게 운영해 온 국토부의 책임도 크다.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는 전․월세 안정화를 위해 1994년부터 도입됐으니 올해로 20년째다 지난해 말 현재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인원은 5만 4,137명으로서 등록대상사업자(136만 5,000명)의 4%에도 못 미친다. 20년 동안 방치해 왔다는 얘기다.

관련법에 따르면 주택임대사업자는 등록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아무런 제재나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합쳐 연 수백만 원의 새로운 부담이 생긴다. 괜히 등록했다가 과거 누락된 세금과 보험료까지 소급추징당하는 ‘세금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호랑이 굴로 들어갈 바보는 없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아무리 세제혜택을 늘려봤자 주택임대사업 등록인원은 늘어나지 않는다. 정부가 20년 동안 국민에게 주택임대 세금은 내지 않고 버티는 게 상책이라는 신념을 심어왔기 때문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원인 제공자인 과세당국과 주택정책 당국이 현명하게 그 매듭을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

/ 2014.03.06.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