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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된 절대 빈곤층 박상근 경영학박사 13.12.03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3 가구금융․복지 조사’ 결과는 한국사회가 가계부채로 절망의 늪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불어난 부채 탓에 서민은 식비까지 줄이는 상황이다. 특히, 10가구 중 1가구(179만5000가구)가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절대 빈곤층은 ‘기초생활보장’ 대상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12월 현재 기초생활보장수급가구는 82만1879가구(139만4042명)다. 절대 빈곤 가구의 54.2%인 97만3121가구(약 165만 명)가 기초생활보장수급을 받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감안하더라도 힘없는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상당수가 복지에서 소외됐음을 시사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서 탈락한 노인들의 자살이 빈번하다. 정부가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에 나섰지만 절대 빈곤층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 기초 생활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그 의무를 다했다 할 수 없다. 한편 내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올해보다 3.1% 늘어난 8조8168억 원이다. 내년 예산 인상률 3.1%는 지난해 대비 올해 인상률 11.9%에 비해 턱없이 낮다. 여기서도 극빈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복지정책의 실상이 드러난다.

다음으로 ‘가족 간병’을 보자. 가정에서 가족들이 24시간 수발해야 하는 치매 등 중증 질환자, 희귀병 환자, 식물인간이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복지사각지대에서 가난과 간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런 가운데 복지100조시대의 그늘, '간병 살인'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두 달 전 경기 포천시에서 말기 암으로 고통 받는 아버지를 아들이 목 졸라 살해한 사건, 지난달 충남 당진시 송악읍 김모씨가 집에 불을 질러 25년 동안 돌보던 뇌병변 환자인 아들과 동반 자살한 사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이 두 사건은 우리 가정의 간병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당진 김씨의 경우 복지혜택은 장애인연금(월 11만6800원)이 전부였고, 송악읍사무소조차 김씨 가정의 실상을 모를 정도로 무관심 속에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복지의 자화상이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 절대 빈곤층을 복지사각지대에 방치하고 ‘국민행복시대’를 말할 자격이 있나. 이제 우리 사회와 국가는 더 이상 절대 빈곤층의 자살에 방관자가 돼선 안 된다. 야당과 서울시는 무상급식․반값등록금 등 포퓰리즘적, 보여주기식 복지를 지양하고, 절대 빈곤층의 기초생활과 간병부터 챙기기 바란다.

국민의 기초 생활과 기본 의료를 확실히 보장하는 것,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최우선 복지다. 먼저 정부는 기초생활보장과 간병비 수급요건을 현실에 맞게 대폭 완화해야 한다. 일선 지자체는 탁상 행정을 지양하고 꼼꼼한 현장 확인으로 절대 빈곤층의 실태부터 제대로 파악하라. 특히, 통계청 발표 절대 빈곤층과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차이 97만3121가구의 실태를 점검해 억울하게 수급자에서 탈락한 극빈층을 구제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기초생활보장과 간병 예산의 대폭 확대에 나서야 할 때다.

2013.12.03.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