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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도 순서가 있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3.09.30 | |
지난 9월 중순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3자 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민공감대를 전제로 한 증세를 언급했다. 박근혜정부는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134조8,000억원을 세출 절감과 세원 확대로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세출예산의 64%가 인건비 등 경직성 예산인 데다 매년 쓸 곳이 늘어나기 때문에 세출 절감이 쉽지 않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ㆍ감면 축소도 경제에 주는 충격과 기존 혜택자의 반발로 재원 확보 수단으로서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공약에 들어갈 124조원은 재원 조달 방안조차 없다. 복지공약을 구조조정하지 않는 한 증세가 불가피한 이유다.
간이과세 폐지 등 세원 확대가 먼저 증세는 순서와 원칙을 지켜야 별 탈 없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증세순서는 '세원 확대'가 먼저고 '세율인상'은 다음 순서다. 이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세제개편원칙과도 부합한다. 한편 조세부담능력의 지표인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소득세를 강화해야 조세원칙인 공평과세가 실현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38%)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비율은 3.6%로서 OECD 평균(8.7%)에 비해 월등히 낮다. 세율은 높은데 세 부담비율이 낮다는 사실은 과세대상에서 빠진 세원이 많음을 시사한다. 세원 확대도 증세에 속한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해야 하고 경제적 약자는 후순위다. 이런 증세순서를 지키지 않았다간 국민의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 세원을 확대함에 있어 중점을 둬야 할 분야가 있다. 우선 지하경제 양성화다. 세무조사 강화로 이에 대응하면 돈이 장롱이나 해외로 도피하고 경제가 위축된다. 금융실명법을 보완해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를 막는 등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 방만한 비과세ㆍ감면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특혜성이 짙은 것부터 축소하되 연구ㆍ인력개발 분야는 확대해야 한다. 셋째,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 수단으로 전락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를 폐지해야 세원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부가세율 인상 최후로 검토해야 지금은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을 낮추는 '조세 경쟁시대'다. 지구촌 경제시대에 우리만 세율을 올릴 수 없다.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3.7%로 이미 OECD 국가 평균(2.8%)을 웃돈다. 글로벌 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투자 유인 등 효율성 측면에서 현행 법인세율 유지 정책이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이 부자증세라는 포퓰리즘에 갇혀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주장한다. 이는 증세순서와 세제개편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편협된 시각에 불과하다. 부가가치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면 연 5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또한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10%)이 유럽 국가의 세율(20%대 중반)보다 월등히 낮은 것도 세율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소비'에 과세되는 부가가치세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 부담을 지는 '역진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조세저항 없이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효율성이 최대 장점이다. 그러므로 재원 마련을 위해 세율인상이 필요하다면 부가가치세가 최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복지공약을 구조조정하고 세출 절감과 세원 확대로도 재원이 부족할 경우 최후 수단으로 검토할 증세 방안이다. / 2013.09.30. 서울경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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