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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없는 월급쟁이 증세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3.09.17 | |
지난해 정기국회에선 근로자의 소득세 계산시 공제할 수 있는 ‘소득공제’를 연 2500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조세특례제한법에 신설됐다. 소득공제는 세액 산출의 기초가 되는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연봉에서 공제되는 금액이다. 소득공제가 줄어들면 낼 세금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연금저축, 보장성보험료, 신용카드소득공제 등의 연간 합계액이 25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소득공제액이 줄어들어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월급쟁이 증세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월초 발표한 올해 세법 개정안에 나타난 증세 규모는 연 2조9700억원이다. 이 중에 근로자가 부담할 몫은 1조3000억원으로서 늘어나는 세수의 43.8%에 달한다. 하지만 대기업이 부담할 세수는 1조원, 사업자 등이 부담할 몫은 근로자의 절반인 670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근로자를 중심으로 조세저항이 일어나자 대통령 지시로 근로자에 대한 증세 규모를 줄였지만, 월급쟁이가 증세의 타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는 공평과세를 내세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돌려 월급쟁이의 세 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 청와대 당국자는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무장관 콜베르의 말을 인용해 “소득공제의 세액공제로의 전환은 고통 없이 거위 털을 뽑는 징세 기술을 발휘한 것”이라면서 월급쟁이 증세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이는 고소득자․대재산가에 대한 증세가 먼저임을 간과한 것이다. 소득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월급쟁이는 이미 털을 다 뽑힌 상태다. 여기에다 증세를 하면 소득을 숨길 여지가 있는 직종 종사자보다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근로자에 대한 공평과세도 중요하지만 사업자와 근로자간, 대재산가와 근로자간 공평과세는 더 중요하다. 사업자의 기부금은 기존 소득공제 방법을 유지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의 기부금만 세금계산에 불리한 세액공제로 바꾸는 것은 ‘공평과세원칙’에 어긋난다.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는 고액 기부 근로자의 기부의욕을 떨어뜨리는 등 기부 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기부금과 필요경비적 성격이 강한 의료비․교육비는 소득공제하는 것이 조세이론과 조세원칙에 맞는다. 대부분 선진국이 이에 따르고 있다. 근로자의 소득은 유리알처럼 드러나는데 비해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은 아직도 50~60%선에 머물러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ㆍ변호사ㆍ고소득자영업자 등 부자들의 탈세가 만연해 있음이 확인된다. 이런 가운데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방만한 비과세․감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 등 고소득층의 ‘탈세 블랙홀’은 그대로다. 또한 부동산 부자의 보유세 부담률이 선진국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후퇴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가 고소득층의 탈세와 재벌을 비롯한 대재산가의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월급쟁이 증세는 정당화될 수 없다. 증세가 세금거두기 편한 월급쟁이 중심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소득 탈루 혐의가 있는 대재산가와 고소득층이 우선 증세 대상이고 근로자와 같이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성실납세자와 경제적 약자는 후순위다. 앞으로 정부가 ‘공평과세원칙과 증세순서’를 지키지 않았다간 큰 코 다친다. 지난 8월 발표한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근로자의 조세저항이 이를 대변한다. / 2013.09.17.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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