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
---|---|---|---|
주택정책 패러다임을 바꿔라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3.08.20 | |
KB국민은행이 발표한 7월 주택시장 동향보고서에 의하면 전국의 전세가격은 2009년 3월 0.08% 상승한 뒤로 53개월(4년 5개월)째 줄곧 오름세다. 특히 7월은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올 7월 전셋값이 21개월 만에 최대치로 폭등했다.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취득세 영구인하,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지연 등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주택시장 침체와 전셋값 폭등을 부추긴다. 더구나 정부는 전셋값 폭등 원인을 저조한 매매수요에 있다고 진단, 매매수요가 살아나면 전세값 오름세가 꺾일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않는 근시안적 판단이다. 주택 매매시장이 대세적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로 주택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1000조 원의 빚더미 가계는 원리금 상환과 사교육비․생활비 대느라 집을 살 여력이 없다. 전세금이 매매가의 60%가 넘으면 잡을 산다는 법칙도 깨진지 오래다. 집값은 2008년부터 6년째 하락 중이고 시장에선 ‘거래절벽’이 심각하다.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주택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잡을 사면 손해를 볼 것이 뻔한데 어느 누가 집을 사겠는가?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었지만 자가보유율은 60%대 초반이다.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약 700만 가구가 무주택으로 추정된다. 정부정책으로 집을 살 능력이 없는 이들 무주택 서민들의 가계 빚을 늘려 수요를 창출하는 시대는 지났다. 집 없는 약자를 더 이상 ‘하우스 푸어’로 내몰아선 안 된다. 이제 정부는 전세난 해결책을 매매수요 확충이 아니라 임대주택 공급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주택정책을 임대주택 위주로 바꾸고 주택 분양과 매매는 시장에 맡기면서, 국민의 주택 개념도 소유에서 주거로 전환을 유도할 때다. 그리고 골조, 전기배선, 온돌 등 집의 70~80%를 공장에서 찍어내고 부지에서는 조립만 하는 ‘모듈러(modular)’ 공공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대량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공기업 주도로 임대주택 수요를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금난 때문이다. 그래서 자금력이 있으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자들의 자금을 끌어 들여 민간 주택임대사업을 활성화할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세제는 부자들의 임대사업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우선 세제지원을 받기 위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원이 노출됨은 물론, 임대주택 외의 집을 팔 경우 임대주택 때문에 다주택자가 돼 50% 또는 60%의 징벌적 세율로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 ‘양도세 중과제도’가 기다린다. 따라서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로 전세대란과 미분양주택을 해소하려면 부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나아가 주택을 신축하거나 미분양주택을 매입, 정부가 정하는 임대료 인상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일정기간 임대한 후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 감면 혜택 등 세제 및 금융상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전셋값을 안정시킬 수 있고 임대주택 건설에 들어가는 공적자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2013.08.20. 헤럴드경제, 라이프칼럼 |
- 이전글바람직한 세제개혁의 방향 1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