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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확보, 탈세방지에 달렸다 박상근 경영학박사 13.05.28
국세정의 세무조사로 들어오는 세수는 많아야 총 세입의 3%(연 6조원)에 불과한 반면, 민간경제를 위축시키는 등 총 세수의 97%에 해당되는 자진납부 세수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무조사 강화보다 탈세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법과 제도를 구축해 자진납부를 늘리는 것이 세수확보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세정당국은 세무조사 강화로 자진납부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첫째, 고소득자의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차명계좌부터 없애야 한다. 정부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지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탈법․ 불법의 수단이고 지하경제의 주범인 차명계좌를 아무런 규제 없이 방치하고 있다. 은행에서 본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빌려주고 이를 빌린 자는 탈세, 마약, 비자금 조성 등 불법자금을 숨기는 수단으로 악용한다. 이는 엄연히 범법행위다. 당국이 고소득자의 탈세를 비롯한 불법과 탈법의 통로를 열어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차명계좌 사용자에게 차명계좌 입금액의 3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계좌명의 대여자와 사용자를 형사 처벌하는 방향으로 '금융실명거래법'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차명계좌 사용과 지하경제 규모가 줄어든다. 나아가 세무조사 강화로 경제에 충격을 주고 기업을 옥죄는 것보다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

둘째, 재벌의 변칙적인 증여․ 상속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증여․ 상속세에 ‘포괄과세주의’ 도입 등 부(富)의 대물림을 막는 법과 제도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재벌의 변칙적인 증여․ 상속 수단은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끈임 없이 진화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제자리 수준이고 뒷북치기다.

예컨대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과세제도가 2012년에야 늑장 도입되는 바람에 증여세 포괄과세주의가 도입된 2004년부터 2011년까지(8년간) 일감몰아주기 관련 증여세 세수 수조(數兆)원이 날아갔다. 그동안 재벌가(家) 가족들이 일감몰아주기로 1인당 수조 원에서 수백억 원의 개인 재산을 불릴 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중소기업과 서민을 얼마나 쥐어짜야 세금 수조 원이 나오겠는가. 탈세를 막는 법과 제도의 사전 구축이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단적인 사례다.

셋째, 역외(域外)탈세도 법과 제도 개선이 먼저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한해에 우리나라와 ‘조세피난처(세금이 면제되거나 현저히 경감되는 국가ㆍ지역)’ 사이에 외화도피 또는 불법자금 혐의가 있는 자금이 1,170억 달러(약 135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 오너 등 245명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설립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조세피난처를 중심으로 실물거래와 외환거래의 연계 강화, 해외 외환정보 수집 강화, 국가기관 간의 외환정보 교환 시스템 구축 등 탈세와 외화도피, 불법자금의 해외 유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

한편 국세청은 2010년 조세피난처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사업을 한 선박왕과 구리왕에 대해 수천억 원의 탈세를 적발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그나마 구리왕에게 부과된 세금 1600억 원은 쟁송과정에서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갔다. 무역 1조 달러시대에 불법 외환거래를 통한 역외탈세는 하늘을 날고 있는데 이를 차단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땅을 기고 있다.

납세자가 탈세한 후 또는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 후 뒤늦게 사후 약방문식 세무조사로 이를 잡아내기란 어렵고 부작용이 크다. 이제라도 정부는 고소득자의 탈세가 이뤄진 후 뒷북치기 세무조사에 나서기보다 탈세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구축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2013.05.28.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