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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뛰게 하자 박상근 경영학박사 13.05.13
한국 경제는 성장을 이끌어야 할 대기업이 돈을 쌓아놓은 채 투자하지 않고 1,00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는 원리금 상환에 짓눌려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는 상태다. 엔저와 북한 리스크, 세계 경제 침체로 수출마저 부진하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우리 경제는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2011년 2ㆍ4분기 0.8%를 기록한 이래 올 1ㆍ4분기까지 8분기 연속 0%대에 머물 정도로 주저앉았다. 특히 중소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경제 주체들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 심상치 않다.

갑을구조ㆍ경제력집중에 활력 저하

주저앉은 한국 경제가 다시 일어서려면 정부와 국회, 그리고 경제 권력을 가진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 입법이 한창이다. 개방경제 시대에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정치적 잣대로 재벌을 옥죄면 경쟁국에 비해 기업 경영 환경이 나빠진다. 국내 기업과 자본이 규제가 덜한 곳으로 떠나고 외국 기업과 자본은 들어오지 않는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자본ㆍ인력ㆍ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경제가 주저앉고 있는데 기업을 홀대하면 투자가 감소하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일자리 감소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경제적 약자인 청년들과 중산ㆍ서민층이다.

경제민주화는 경제 권력 남용을 규제하되 기업 경쟁력을 살리면서 경제 활력과 투자 의욕을 꺾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목적은 경제력 집중을 막아 성장 과실이 공정하게 분배되고 대ㆍ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법과 제도를 구축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주의 편법 증여ㆍ상속, 횡령, 배임, 탈세 등 불법ㆍ탈법을 이용한 사익 추구를 차단하고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 하도급, 기술 탈취 등 기회 균등과 공정 거래를 해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구축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사자와 양ㆍ사슴이 한 우리에 갇힌 동물원에 비유된다. 대기업의 협력업체, 대기업에 종속된 대리점ㆍ편의점, 그리고 재벌이 운영하는 백화점, 대형마트ㆍ프랜차이즈 등은 대기업이 서민과 중소기업의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 오래다.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갑을 관계의 전형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성장의 열매는 대기업에 편중되고 중소기업과 근로자의 몫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과 가계가 돈이 없어 투자하거나 소비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든 주요 원인이다. 이런 승자독식 기업 생태계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경제가 주저앉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생산력 높이고 동반성장도 힘써야

현재와 같은 경제력 집중과 기업 생태계를 그대로 둔다면 경제민주화는 백년하청이고 갑을 관계의 개선 기대는 연목구어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이때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은 가계ㆍ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한다는 자세로 경제민주화에 동참하고 투자에 나서기 바란다. 특히 미래 먹거리 개발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

골목상권ㆍ중소기업적합업종ㆍ내수산업은 중소기업에 맡기고 대기업은 수출과 해외 사업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연관 중소기업과 기술 공동 개발, 거래처 자금 지원, 납품 단가의 적정성 유지, 불공정 거래 관행 시정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갑과 을이 상생하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그리고 근로자의 직무 능력을 향상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근로자의 몫을 늘려나가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안이다.

/2013.05.13. 서울경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