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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많이 할수록 세금 더 내라하면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3.04.08 | |
지난해까지 구호단체나 장애인단체 등 공익단체에 기부하면 기부금만 별도로 소득공제 한도를 계산해 소득금액의 30%(종교단체에 기부한 경우는 10%)까지는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조세특례제한법에 소득공제종합한도액이 연간 2500만원으로 제한됨에 따라 기부금소득공제 한도액도 대폭 줄었다. 연간 소득공제종합한도액에서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 등 7가지 공제를 한 후 잔액이 있어야 기부금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연봉이 8000만원이면서 장애인단체에 800만원을 기부한 A회사 중견간부가 기부금공제를 제외한 소득공제 ‣ 교육비공제 1800만원, ‣ 신용카드공제 300만원, ‣ 보장성보험료공제 100만원을 합쳐 22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은 경우 별도로 기부금공제 8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기부금이 기부금공제 한도액 2400만원(8000만원의 30%) 내에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A씨는 지난해 소득공제 3000만원을 받아 231만 4000원을 세금으로 냈다. 올해 A씨의 연봉, 기부금, 기부금을 제외한 소득공제액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할 경우 소득공제 종합한도액 2500만원에서 기부금을 제외한 교육비․ 신용카드․ 보험료 2200만원을 먼저 공제 받고난 잔액 300만원을 한도로 기부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간 소득공제종합한도액 2500만원을 초과하는 기부금 500만원은 공제받지 못한다. 이 경우 올해 A씨의 소득공제액이 2500만원으로 줄어 내야할 세금이 313만9000원으로 늘어난다. 세금계산 조건이 모두 지난해와 같은데도 A씨는 지난해보다 기부금소득공제액이 500만원 줄어들어 82만5000원의 세금을 더 내야하는 것이다. 기부를 많이 할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세법은 악법이다. 매년 1억 원을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연 소득 5억 원인 사람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1억 원 전액을 소득공제 받았으나 올해는 2500만원으로 줄어들어 3135만원이라는 고액의 세금을 더 물어야 한다. 매년 6000만원을 기부하는 연 소득 3억 원인 사람의 경우 기부금소득공제 감소로 올해 내야할 세금이 지난해보다 1347만원 늘어난다. 기부는 빈곤층을 비롯한 약자를 보듬고 사회를 안정시킨다. 기부가 없다면 세금이 그만큼 더 투입돼야 한다. 2011년에 개인이 공익단체 기부로 소득공제 혜택을 본 기부금은 4조원 정도다. 여기에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을 적용할 경우 약 900억 원의 세금이 더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축소하면 기부가 줄어든다. 최소한 기존 기부금의 10%가 줄어든다 해도 연 4000억 원(들어오는 세금의 4.4배)의 기부금이 달아난다. 기부금소득공제 축소는 사회적 약자에 돌아갈 몫을 줄이는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다. 경제가 성장했다지만 그 혜택은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중소기업과·서민은 성장의 과실 분배에서 소외돼 왔다. 생활고로 인한 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고 소득불평등도는 2위다. 기부는 '격차사회(隔差社會)’의 버팀목이고, 가진 자들의 '사회적 책임(Noblesse oblige)'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기부와 나눔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이런 때에 세금을 더 걷기 위해 기부금소득공제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세법 개정은 현실을 무시한 입법이고 사회 공감대가 형성된 기부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아름다운 기부와 나눔을 가로 막는 ‘반(反)기부 세법’을 기부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바로잡아 주기 바란다. / 2013.04.08.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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