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
---|---|---|---|
보편적 복지는 낭비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3.03.06 | |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놓은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연간 27조원,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연간 늘어난 복지 예산이 5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하게 복지예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복지예산의 규모를 늘리는 데만 몰두해 왔다.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복지예산을 늘려봤자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샌다면 그 효과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적되는 것이 ‘보편적 복지’다. 세계 각국이 보편적 복지의 폐해를 인식하고 복지기준을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바꾸고 있다. 스웨덴은 1947년 도입한 기초연금을 1998년 폐지하고 최저보증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소득이 적고 연금도 적게 받는 집단에 대해서만 ‘최저생계비’에서 모자라는 차액만큼 국가가 지원한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역시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선별적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보편적 노령연금 확대를 주장해 오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부터 저소득층에 대한 노령연금을 선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런데도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 새 정부가 도입하려는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연금을 주는 보편적 복지로 설계돼 있다. 소득과 재산을 고려하지 않고 재벌 총수까지 기초연금을 주는 보편적 복지는 예산낭비이고 생계비 마련에 시달리는 빈곤 노인층에게 돌아 갈 몫을 줄인다. 기초연금이 부자에게 용돈을 주는 식이 되거나 빈곤층이 기초생활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돼선 안 된다. 소득과 재산을 따져 부유층 노인들을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절약된 재원을 빈곤 노인층의 생계비지원을 확대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기초연금을 설계해야 재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면서 ‘증세’를 최소화할 수 있다. 보육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소득 70%이하 계층에만 보육료를 지원하는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전 계층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집에서 키우던 0~2세 영아들이 대거 보육시설로 쏟아져 나와 실수요자인 3~5세 유아를 둔 워킹맘들이 피해를 당하는 등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육과 교육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해선 안 된다. 자신의 소득과 재산으로 보육이 기능한 부자까지 세금으로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은 예신낭비다. 고소득층을 보육료 지원에서 제외하고 절약된 예산을 양질의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에 투입해야 보육 수요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보편적 복지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유발해 복지재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우리 재정은 아직 보편적 복지를 도입할 정도로 넉넉하지 않다. 또한 구멍 난 복지전달체계를 그대로 두고 아무리 복지예산을 늘려봤자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이에 따른 증세는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경제를 위축시킨다. 특히, 새 정부가 설계한 대로 보편적 기초연금이 도입된다면 인구 노령화로 지급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다 대선 후보마다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늘리겠다는 공약으로 나라 살림이 골병들 기능성이 높다. 이제 우리나라는 본격적 복지 확대의 시발점에 서있다. 새 정부는 보편적 복지에 시달리는 복지 선진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백년을 가도 흔들리지 않는 복지의 기틀을 마련하기 바란다. /2013.03.06. 서울경제, 포럼 |
- 이전글바람직한 세제개혁의 방향 1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