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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의 칼럼

제목 작성자 작성일
뽑고 싶은 대통령 박상근 경영학박사 12.12.17
미국의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이라고 했다. 사회 구석구석이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나라는 흥한다.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이 없으면 봄에 농부는 씨를 뿌리지 않는다.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이 없으면 상인은 장사를 하지 않는다. 국가가 어려울 때 훌륭한 지도자는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윈스턴 처칠이 위대한 지도자인 것은 그가 절망적인 상황에 있던 영국 국민에게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존 F. 케네디가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않았음에도 미국 국민이 그를 잊지 못하는 것도 그가 온 나라에 희망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국민 통합하고 희망 줄 사람이 적격

제3공화국 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에게 경제개발이 성공하면 보릿고개의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줬고 새마을운동으로 국민의 힘을 한 곳으로 모았다. 유신헌법 선포 등 독재적 면모도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금 모으기 운동은 지도자가 국민을 통합하고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당시 국민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면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너도나도 은행의 금 모으기 창구에 줄을 섰다.

하지만 지금의 대선 후보 캠프는 유권자의 바람과 달리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는 ‘네거티브’에 몰두하고 있다.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다. 이런 구태 선거로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고 선거 후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어렵다. 대선 후보들은 집권 후 국민에게 어떤 희망을 줄 것인지를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 국민의 희망은 소박하다. 실업, 고(高)물가, 전ㆍ월세, 보육, 간병, 사교육비 등 ‘민생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한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경제민주화에 몰두하면서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해졌다. 이런 가운데 내수 위축,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 기업은 은행에 돈을 쌓아둔 채 투자하지 않고 부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지도자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포용ㆍ통합의 리더십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국내외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부자가 지갑을 연다. 이래야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중산서민층의 소득이 늘어나고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된다.

통합형 민주적 지도자는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물론 적(敵)마저 포용하고 자신의 이념이나 노선에 어긋나는 집단을 통합으로 아우른다. 처칠과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정치적 적수를 포용해 대립의 정치를 상생의 정치로 이끌었다. 또 반원(反元)주의 이념으로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원나라 황제를 순제(順帝)로 우대하고 원나라 백성이던 몽골인을 발탁하고, 그들의 문화를 수용해 갈등을 최소화했다.

야당 설득ㆍ적재적소 인사도 중요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대선 경쟁자였던 밋 롬니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재정절벽(fiscal cliff) 등 국정현안을 논의했고 주요 각료 자리에 야당 인사 임명을 추진 중이다. 오바마는 국정 현안이 있을 때마다 직접 의회 지도자를 설득하고 협조를 구한다. 그는 당내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 무한한 신뢰 속에 집권 1기를 같이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이런 통합의 지도자를 원한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상대방의 좋은 정책을 수용하는 한편 여야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하는 등 대통합의 정치를 펼칠 적임자에게 표를 줄 것이다.

/2012.12.17. 서울경제,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