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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확대, 과세대상부터 넓히자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2.12.04 | |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쏟아내는 달콤한 복지공약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복지재원 조달방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복지를 위한 중구난방식 증세는 서민의 세 부담을 늘려 복지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경제에 비효율을 초래해 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또한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공약은 집권 후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선거 때 약속한 무상 복지공약의 대부분을 집권 후 거둬들인 일본 민주당이 반면교사다.
복지재원은 세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려서 조달할 수 있다. 세출을 줄이는 방안은 운신의 폭이 좁다. 우리나라 총 세출예산 282조8,000억원(2010년) 중 63.8%는 인건비 등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이고, 나머지 36.2%(102조3,000억원)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농어촌 지원 등 명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 부담을 늘리기 전에 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출구조 조정으로 충분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막대한 복지재원을 조달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한데도 대선 후보들은 증세에 솔직하지 못하다. 증세 방안으로는 세원(稅源), 즉 과세 대상을 확대하거나 세율을 올려 ‘과세표준(과세 대상 평가금액)×세율’로 계산되는 세입을 늘리는 투트랙이 있다. 이 중 ‘세원 확대’가 먼저다. 세원은 세금이 과세되는 대상을 말한다. 세 부담능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소득’이 주 세원이고 ‘소비와 재산’은 보조 세원이다. 소득세를 강화해야 세 부담이 공평하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3.6%로서 OECD 평균(8.7%)에 비해 월등히 낮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38%)은 OECD 평균 최고세율(35.8%)보다 높지만 소득세 비중이 낮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과세대상에서 빠져있는 소득이 많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방만한 비과세‧ 감면, 지하경제,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역외 탈세 등 부자의 누락 소득을 그대로 두고 세율을 올려봤자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어느 대선 후보는 세원 확대보다 세율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소득세율이 높은 점과 세계 각 국가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추세를 간과한 것이다. 누락된 소득을 그대로 두고 세율만 올리는 조세정책은 경제에 비효율을 초래함은 물론 성실 납세자만 세금을 더 물게 만들고 탈세자의 배를 불린다. 보조 세원인 ‘소비’에 과세되는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후보 캠프도 있다. 부가가치세율을 2% 포인트 인상할 경우 별 조세저항 없이 연 10~12조원의 세입이 늘어난다. 하지만 부가가치세는 고 소득자나 저 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동일(현행 10%)하므로 상대적으로 저 소득자의 세 부담률을 높이는 단점을 갖고 있다. 세 부담이 공평하면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소득세 강화가 먼저고 부가가치세 인상은 후순위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부자증세를 한다면서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부유세를 도입하거나 종부세를 강화하는 정책도 조세원칙과 현 조세환경에 맞지 않는다.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로운 ‘지구촌경제시대’에 특정 계층의 재산을 겨냥한 부유세와 종부세로 복지재원을 조달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대부분 유럽국가가 부유세를 폐지했고 한국의 종부세는 연 세수 1조원 남짓한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이것이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세금의 현주소다. / 2012.12.04. 서울경제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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