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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증세, 누구로부터 얼마를 거둘 것인가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2.10.31 | |
복지를 확대하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증세를 하더라도 누구로부터 얼마를 더 거들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복지국가 국민은 국내총생산(GDP)의 30~40%대에 달하는 많은 세금을 냈고, 유럽 재정위기에도 끄떡없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재정위기에 몰려 있는 스위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2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들 나라는 세금을 적게 거두고 빚을 얻어 복지를 늘리다 재정위기에 몰렸다. 조세부담률(19.3%)이 낮은 가운데 복지를 늘려야 하는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남유럽 국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를 늘리는 게 최우선 과제다. 경제성장률이 4~5%일 때 연간 늘어난 복지 지출은 5~6조원 정도였다. 앞으로 상당기간 2%대의 저성장이 예상되는데 재정으로 매년 수십조원이 더 들어가는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감당하기란 어렵다. 지난 총선 때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 복지확대 공약을 내건 정당보다 그나마 복지 확대를 자제한 정당에 표를 준 유권자가 많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선 먼저 소득세를 강화해야 한다. 소득세는 세(稅) 부담능력의 지표인 ‘소득’이 커짐에 따라 높은 누진세율(현행 6~38%)이 적용되기 때문에 공평하면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이상적인 세금이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38%)은 OECD 평균 최고세율(35.8%)보다 높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3.6%로서 OECD 평균(8.7%)에 비해 월등히 낮다. 세율은 높은데 세수 비중이 낮다는 사실은 과세대상에서 빠져 있는 소득이 많고 비과세‧감면이 방만함을 시사한다. 세율 인상보다 주식매매차익을 비롯한 자본이득, 지하경제소득 등 세원(과세대상) 확대와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소득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법개정과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을 낮추는 ‘조세경쟁(tax competition)시대’다. 내국법인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외자유치를 위해 현행 법인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7%로 OECD 평균(2.8%)을 웃도는 등 이미 법인세 부담이 높다. 부가가치세율을 1% 포인트 인상하면 연 5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조세저항 없이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일부 대선 캠프에서 보편적인 증세방안으로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거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10%)이 독일(19%), 영국(20%), 스웨덴(25%)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보다 월등히 낮은 것도 세율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부가가치세는 납세자의 소득과 관계없이 소비금액에 단일세율(현행 : 10%)이 적용된다. 저소득층이 소득에 비해 높은 세 부담을 진다. 이로 인해 세 부담이 역진적(逆進的)이고 불공평하다. ‘소비’에 과세되는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소득세 강화로도 재원이 부족할 경우 차선책으로 검토할 증세방안이다. 한편 세수확보와 부자증세를 내세워 부유세(富裕稅) 도입을 주장하는 정치권도 있다. 하지만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부유세는 조세저항․ 자본유출 등 그 폐해 때문에 부유세 원조인 스웨덴을 비롯한 대부분 유럽 국가가 이를 폐지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폐지를 권고할 정도로 구시대적 세금으로 전락했다. 부유세 성격인 종부세 도입으로 우리가 경험한 조세저항과 사회혼란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재산에 과세되는 세금은 지방세로 해서 다수 납세자에게 저세율로 과세하고, 소득세의 불공평을 보완하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조세원칙에 맞다. / 2012.10.31.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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