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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공평과세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2.10.16 | |
다음달 6일 치러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ㆍ주식ㆍ채권 등의 매매로 발생하는 자산매매차익(capital gain)에 과세되는 자본이득세 논쟁이 뜨겁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밋 롬니의 지난해 총소득은 1,370만달러(약 153억원)였고 이 중 14.1%인 194만달러(약 21억6,700만원)를 세금으로 냈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연봉 40만달러와 인세수입 등을 합쳐 총 79만달러(약 8억8,240만원)를 벌었고 이 가운데 20.5%인 16만달러(약 1억7,900만원)를 세금으로 납부했다. 논쟁의 발단은 오바마보다 고소득자인 롬니에게 적용된 세율이 오바마에게 적용된 세율보다 낮은 데서 비롯됐다.
거래세 비중 높아 저소득층에 불리 롬니에게 적용된 세율이 오바마에게 적용된 세율보다 낮은 것은 롬니의 소득 대부분이 15%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자본이득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조세형평과 세수확충을 위해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율(현행 15%)을 23.8%로 60%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중산층에게 최고 35%의 세율이 적용되는데 부유층 자산가들에게 15%의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롬니 캠프는 "투자촉진과 경제활력을 위해 자본이득세를 올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주식매매차익 전부를 과세 대상으로 한다. 1년 미만 보유 주식매매차익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10~35%)로 종합과세하고 1년 이상 보유 주식매매차익은 따로 떼어내 단일세율(15%)로 분리과세한다. 현재 분리과세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자본시장 발전과 공평과세를 동시에 고려해 모든 주식매매차익에 대해 최소한 15%의 세금을 걷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효율성에 치중한 나머지 수십년간 대부분 주식매매차익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세금 한푼 안 걷었다. 이는 주식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불공평한 세금구조다. 물품과 서비스 거래에 10%의 부가가치세, 부동산 거래에 4%의 취득세, 주식매매에 0.5%의 증권거래세를 과세한다. 이러한 거래세는 거래금액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높인다. 미국에는 부가가치세 또는 거래세가 없다. 예컨대 미국의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 비중은 100대0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동일 세금 비중은 30대70으로 거래세 비중이 월등히 높다. 자본이득·소득·재산세 비중 높여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부자증세와 복지재원 마련방안으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38%로 미국(35%)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세율 평균(35.8%)보다 높다. 하지만 소득세가 국내총생산(GDP)ㆍ총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2%, 14%로 OECD 회원국(평균 8.7%, 24%) 중 가장 낮다. 이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득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순히 세율만 올리면 성실히 신고하는 납세자만 세금을 더 내게 되고 과세 대상에서 빠진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따라서 세율 인상에 앞서 과세 대상에서 빠져 있는 주식양도차익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불공평한 거래세 비중을 줄이고 소득액과 재산보유액이 커짐에 따라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와 재산보유세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세제가 개편돼야 공평과세가 이뤄지고 부자감세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 2012.10.16. 서울경제신문,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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