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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 박상근 경영학박사 12.08.31
연말 대선에서 맞붙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경쟁적으로 법인세 인하 공약을 내걸었다. 법인세 인하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영국ㆍ호주ㆍ뉴질랜드ㆍ캐나다 등 선진국은 물론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낮은 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도 가세했다. 최근 영국은 28%였던 법인세율을 24%로, 캐나다는 22.1%에서 15.0%로 낮췄다. 대만은 25%에서 17%로, 홍콩은 17.5%에서 16.5%로, 싱가포르는 20%에서 17%로 각각 인하했다.

세계 각국이 재정 문제를 걱정하면서도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기침체기에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 성장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정치권은 고집스럽게 역주행 중이다.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던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는 정치권의 부자증세 주장에 경제민주화 논리가 가세한 결과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야권은 올 들어 오히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까지 올리는 공약을 내놓았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9년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 법인세 비중은 3.7%로 OECD 국가 중 노르웨이ㆍ호주ㆍ룩셈부르크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최근 10년 간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00년 3.2%에서 2009년 3.7%로 꾸준히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7%에서 2.6%로, 미국은 2.6%에서 1.7%로, 프랑스는 3.1%에서 1.5%로 대폭 감소했다. 일부 정치권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법인세율을 결정함에 있어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국가간 투자유치 경쟁 등 제반 경제 여건이다. 여기에 부자증세ㆍ경제민주화 같은 정치논리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비해 높다. 지구촌경제시대에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하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이 떠나고 외국자본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오히려 법인세수가 줄어들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법인세수 통계를 보더라도 세율을 인하할 경우 투자가 확대되고 경기가 활성화돼 세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2001년 28%에서 2010년 22%로 6%포인트(21.4%) 인하됐는데 법인세수는 오히려 17조원에서 37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금은 경기침체기이고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내리는 조세경쟁(Tax Competition)시대다. 국내외 사정을 감안할 때 세율을 인상할 요인이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비과세ㆍ감면이 국세의 14.4%(연간 30조6,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방만하고 역외탈세ㆍ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지하경제 등 세금 한 푼 안내는 세원(稅源ㆍ과세대상)이 광범위하게 방치돼 있다. 이런 조세환경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는 정책은 성실하게 신고하는 소득에만 세금을 더 걷는 것으로 세제의 공평성과 효율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한편 모(母) 회사가 자(子) 회사에 출자하고 자 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자 회사에 법인세가 과세된 소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 회사의 배당금에 또 법인세가 과세된다. 동일소득에 법인세가 두 번 과세되는 셈이다. 이러한 이중과세를 완화하기 위해 현행 세법은 모 회사가 자 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의 일부를 ‘익금불산입’하는 방법으로 과세대상 소득에서 제외한다.

익금불산입 내용은 모 회사의 자 회사 주식 소유 지분율이 30% 이하인 경우 자 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의 30%, 지분율이 30% 초과 100% 미만인 경우 50%, 지분율이 100%인 경우 100%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러한 과세대상 제외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영국은 지분율과 관계없이 자 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전액을, 프랑스는 95%, 미국은 지분율에 따라 최저 70%에서 최고 100%까지 과세대상에서 제외해 준다.

현실이 이런데도 일부 정치권은 ‘재벌세’란 명목으로 모 회사가 자 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의 과세대상 제외비율을 낮추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세계 추세와는 반대로 가는 것이다. 개방경제시대에 세제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인투자를 가로 막아선 안 된다. 그러므로 이중과세를 완화하고 외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모 회사가 자 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중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금액비율을 선진국 수준을 감안해 현행 30%~100%에서 70%~100%로 높이는 방향으로 세법이 개정돼야 한다.

/ TAX magazine, 2012. 9월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