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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 내놓아야 박상근 경영학박사 12.08.30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가격 폭락에서 시작됐다. 주택가격 폭락이 기폭제가 되어 기업 도산과 금융 부실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고 여기에 고령화와 엔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일본 경제는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으로 상징되는 장기 불황의 나락으로 빠져 들었다. 유럽 재정위기의 핵으로 떠오른 스페인의 재정위기도 부동산 부실을 신속하게 정리하지 못한 게 주요 원인이다.

우리나라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략할 처지에 놓여있는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150만명에 이르렀다. 10가구 건너 1가구 꼴이다. 하우스푸어를 방치할 경우 경매 주택이 급증해 주택가격 폭락과 가계부채 부실화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하우스푸어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취약 가계의 부채 정비와 부동산가격 급락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책이 시급하다.

첫째,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 정부가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해 20,30대 직장인과 은퇴한 자산가에 대해 DTI 규제를 완화했다. 한마디로 빚내 집사라는 권유다. 지금은 주택시장 침체가 심화되는 국면이고 앞으로 집값이 오를 요인이 없다. 정부가 청년의 불확실한 미래소득을 담보로 DTI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가계부채는 922조원으로서 사상 최대이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DTI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배드뱅크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영돼야 한다. 배드뱅크란 금융권이 공동출자한 자금으로 하우스푸어의 주택이나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말한다. 그동안 땀 흘려 대출을 갚았던 채무자, 빚을 얻어 주식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해 손해를 본 투자자와 형평성도 문제다. 하우스푸어 대책은 자금 조성에 참여한 측과 하우스푸어가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 공적 기관이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해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되는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셋째, 부동산 거래세를 내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서민의 주택 거래세 세율이 4%로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반면 부자가 부담하는 보유세는 선진국의 3분의1에 불과하다.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취득세 법정세율을 2%(9억원 이하 1주택자는 1%)로 내려 거래세 비중을 낮추는 한편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해 부동산 부자의 보유세를 강화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렇게 하면 취득세 인하로 인한 지방세 감소분을 재산세 강화로 보충할 수 있고 거래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지금 시장에선 취득세 인하 기대감으로 그나마 있던 거래도 끊겼다. 늦어지는 하우스푸어 대책에 취득세 혼란까지 겹쳤다. 정책 시행의 적시성이 요구된다.

넷째, 전월세시장 안정이 주택 정책의 최우선 과제다. 이제 주택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바꿔야 할 때가 됐다. 국민의 40%가 내 집 없는 세입자인데, 이들 대부분이 중산서민층으로서 매년 치솟는 전월세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전월세대책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 뒷북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다가오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단기적인 전월세대책으로는 주거 빈곤층에 대한 장기 저리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 바우처(housing voucher) 확대가 시급하다. 장기적으로 적기적소에 수요량만큼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서민의 전월세 고통이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 2012.08.30.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