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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무상복지 나라 곳간 거덜 낸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2.07.17 | |
올해 선거를 의식한 여야는 지난해 국회 예결위원회에서 정부 예산안에도 없던 0~2세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예산을 끼워 넣었다. 무상보육 예산 심의 당시 국회도 정부도 대충 넘어가면서부터 지금의 혼란은 예견된 것이었다. 서울 서초구가 당장 지난 6월에 보육예산이 모두 소진돼 무상보육 지원이 어렵다면서 백기를 들었다. 나머지 시ㆍ군ㆍ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중앙정부 지원이 없으면 줄줄이 무상보육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무상보육 사태를 복지 정책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보편적 무상복지는 반드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하지 않는가? 무상보육은 보육비를 지원받지 않으면 바보라는 부모들의 공짜 심리를 자극해 집에서 키우던 아이를 대거 어린이집으로 불러냈다. 여기에 보육비를 실제보다 더 타내려는 어린이집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까지 가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올해 0~2세 보육 예산(1조8647억원)이 턱 없이 부족하게 됐다. 올해 추가로 필요한 0~2세 보육 예산은 지자체 6200억원, 정부 2400억원 등 8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여당은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예비비로 충당하는 방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어떤 방법이든 주먹구구식 무상복지의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해친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반값등록금은 가뜩이나 높은 대학진학률을 더 높이는 비효율성과 국고로 부실대학을 지원하는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킨다. 무상의료는 5000만 국민이 불요불급한 의료 수요를 늘리는 대규모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 정치권이 반값등록금과 무상의료를 밀어붙일 경우 무상보육과는 비교가 안 되는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국가 부채가 늘어난다. 이는 대한민국 곳간을 거덜 내 그리스 꼴이 되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번 무상보육 사태는 일단 도입된 복지는 거둬들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석유가 펑펑 쏟아지는 중동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세상에 조건 없이 복지에 재원을 퍼붓는 나라는 없다. 복지 종류에 따라 소득수준, 맞벌이 여부 등 그에 합당한 수혜조건을 정해 놓고 이를 충족하는 국민만이 혜택을 받는 ‘선별적ㆍ순차적 무상복지’가 대세다. 선별적 복지로 가야 도덕적 해이로 인한 예산낭비를 최소화하면서 꼭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 혜택이 집중되는 등 정책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 재정이 부자, 부잣집 자녀와 손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지원할 정도로 넉넉하지 않다. 그 보다는 어렵고 힘든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중증 장애우 같은 경제적 약자와 소외 계층의 지원을 한 푼이라도 더 늘리는 선별적 복지가 필요한 때다. 그런데도 지난 총선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무상복지 공약을 내놓았다. 대선이 본격화될 경우 또 어떤 무상복지 공약으로 국민을 호도할지 모른다. 정치권의 선거용 선심성 복지공약 남발을 막아 재정의 건전성, 복지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복지수준, 조세부담률, 국내총생산(GDP) 규모 등 제반 여건을 반영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액 비율’을 법률로 정하는 게 근본적 해법이다. / 2012.07.17.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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