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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한 종교인, 자진납세부터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2.04.17 |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종교인 과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 의무를 진다. 우리 헌법 제38조에 규정된 '조세법률주의'의 내용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따른다. 종교인이라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세금 안내는 건 교리에도 안 맞아 일부 종교단체는 성직자와 종교업무 종사자(이하 '종교인들')가 받는 급여에 대해 소득세를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세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는 곳도 많다. 이는 세법의 기본원칙인 '국민개납주의(國民皆納主義)와 공평과세'에 어긋난다. 근로자와 영세상인들도 꼬박꼬박 세금을 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몫의 세금을 내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종교인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북한의 침략을 막아낸 덕분에 편안하게 잠을 잔다. 세금으로 지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세금으로 건설한 도로를 다니며, 세금으로 만든 정수시설에서 걸러진 물을 마신다. 세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종교인들이 세금으로 제공되는 온갖 혜택을 다 누리면서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남이 낸 세금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종교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대한민국에서는 대한민국 법을 따라야 한다. 외국에서는 종교인도 거주지 법에 따라 당연히 세금을 낸다. 복음서에 따르면 신의 아들인 예수도 지상에 있는 동안에는 지상의 법을 따라야 한다며 성실하게 세금을 냈다.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행위는 교리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 이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종교인들이 국내법에 맞지 않는 종교 논리로 세금을 내지 않는 우월적 지위를 누리려 해서는 안 된다. 현대는 모든 분야에서 공평성ㆍ투명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다수 국민여론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사회지도층인 종교인들의 사회적 책임(noblesse oblige)에 비춰봐도 자진 납세하는 게 떳떳하다. 정부의 강압에 떠밀려 세금을 내는 행위는 종교인답지 않다. 그동안 일부 종교단체는 내부 운영과 관련된 문제 또는 헌금의 사적 사용 등 각종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종교계는 종교인에 대한 세금을 자진 납부함과 동시에 헌금 수입과 사용에 대한 회계를 투명화해야 한다. 이는 종교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면서 종교단체의 운영이 합리화되고 종교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헌금과 기부가 늘어나 종교단체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 문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별도 소득공제로 특수성 고려를 한편 세법에 있는 공제 혜택을 제대로 챙기면 과세미달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종교인들이 많을 것이다. 종교계가 종교인 과세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면 '세금 안 내는 종교인'이라는 괜한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종교인들에 대한 세금 문제는 과거에도 수차례 논의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곤 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유권해석을 빌미로 종교인 과세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세금을 내고 있는데 유독 종교인에게만 납세의무의 예외를 인정할 이유가 없다. 다만 종교인들이 세제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별도 소득공제 필요성 등 종교계의 특수 사정을 세법에 충실히 반영하기 바란다. / 2012.04.17. 서울경제,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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