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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없는 복지는 ‘사상누각’이다 박상근 경영학박사 12.04.09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복지 재원은 한정돼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 둔 정치권은 복지에 쓸 재원이 무한한 것처럼 퍼주기 복지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스의 역대 집권당이 이렇게 하다가 나라 곳간을 거덜 냈다. 무상복지공약으로 집권에 성공한 일본 민주당은 재원마련이 어렵다면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무상공약 대부분을 거둬들였다. 우리나라도 광역지자체장들이 재원부족으로 무상보육이 어렵다면서 중앙정부에 재정지원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정책에는 매년 15조~33조원, 5년간 75조~165조원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지난해 대비 올해 늘어난 복지예산이 5조6000억원 정도인데, 정치권은 이 금액의 3~6배에 달하는 돈을 매년 추가로 복지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더구나 한해에 늘어나는 세출예산(20조원 내외)을 몽땅 복지에 사용해도 모자란다.

여야가 공약한 복지를 나라살림으로 뒷감당하려면 ‘재정적자’는 피할 수 없고, 대대손손 그것도 매년 엄청난 규모의 ‘나랏빚’을 얻어야 할 판이다. 이런 재정정책은 표와 복지만 바라보고 균형재정․ 성장․ 일자리 창출 등 복지만큼이나 중요한 정책 모두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달콤한 복지공약으로 당선된 후 4~5년 그 자리에 있다가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애꿎은 국민들은 평생 과잉복지의 후유증 즉, ‘저성장․ 고부채․ 고실업’의 3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복지는 성장과 조화를 이루고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늘려야 뒤탈이 없다.

개방경제시대에 부자와 대기업의 ‘세율’을 올리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재벌을 옥죄면 경쟁국에 비해 기업경영 환경이 나빠진다. 부자와 기업이 떠나고 해외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FDI)가 갈수로 줄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고 성장이 정체되면서 복지재원과 일자리가 줄어든다. 지금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의 부채위기 4개국(PIGS)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를 떠돌고 있는데, 머잖은 장래에 우리 젊은이들이 이런 꼴을 당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2030 세대들은 잡은 고기를 나눠주는 복지보다 일자리를 원한다.

고물가와 고실업으로 국민의 경제고통지수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 소득 감소까지 겹친 중산서민층은 물가와 전월세를 안정시키고 고용을 늘리는 등 피부에 와 닿는 ‘생활밀착형 정치’를 바란다. 대선을 앞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기업의 세금을 깎아줘 투자를 촉진하는 등 성장과 일자리를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일과 복지를 연계한 ‘생산적 복지’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만 사업과 근로 의욕을 꺾는 방향으로 세금을 올리고 무임승차인원을 늘리는 ‘무상복지’에 올인 중이다.

성장과 일자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복지는 ‘사상누각’이다. 정치권의 선거용 선심성 복지공약 남발을 막아 재정건전성과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복지수준․ 조세부담률․ 국내총생산(GDP) 규모 등 제반 여건을 반영한 ‘예산대비 복지지출 비율’을 법률로 정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로서 국민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표에 눈이 어두워 성장이 뒷받침 되지 않은 ‘과잉복지’로 나라 살림을 거덜 낼 정치세력을 쏙아 내는 일이다.

/ 2012. 04. 09.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