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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쓰고 욕먹는 보육정책 되지 않으려면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2.03.15 | |
올해부터 시행된 0~2세 영아의 무상보육으로 집에서 아이를 키우던 0~2세 영아 부모들이 대거 보육시설 이용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기가 더 어려워진 3~5세 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들이다. 이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보육정책이 돈쓰고 욕먹는 처지가 됐다. 보육시설 부족 현상은 0~5세 영유아에 대해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되는 내년에 본격화 될 것이다. 정부가 양질의 보육시설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내년 2~3월에 보육대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먼저, 공공보육시설을 확대해야 한다. 보육 수요자의 최대 애로점은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양질의 보육시설이 태부족하다는 데 있다. 2040세대 맞벌이 부부들이 신뢰하는 국공립 보육시설은 영유아 인원 대비 20%에 불과하다. 이른 시일 내에 선진국 수준인 50% 정도로 확대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무상보육 대상자를 늘려 혼란을 자초한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 여기에 민간 보육시설 수준을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정책을 병행해야 양질의 보육시설 부족 현상이 조기에 해소될 수 있다. 다음으로 기업 부설 보육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은행권의 실상을 보면, 여직원 수가 3만4237명에 달하는 KB국민ㆍ우리ㆍ신한ㆍIBK기업ㆍ하나 등 5개 은행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고작 7곳(정원 973명)에 불과하다. 은행권의 보육시설이 이 정도로 열악하니 일반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여성들의 육아 부담을 덜고, 일과 가정의 성공적인 양립을 위해 필수적인 기업 부설 보육시설 확충에 너무나 소홀했다. 정부는 기업의 보육시설 건립과 운영에 대해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등 획기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프랑스는 ‘유아원과 기업 클럽’이라는 정책으로 중소기업까지 어린이집을 만들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출산율 2.0명, 25~49세 여성취업률 85%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그리고 보육시설에 대한 관리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보육시설에 대한 당국의 관심과 관리감독 없이 보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보육에 대한 관리감독은 ‘감독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생명이다. 외국 일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육아 감독관(child inspector)’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육아 감독관’은 생후부터 8세까지 아이들의 육아의 질을 모니터링하며, 육아시설뿐 아니라 육아담당자의 자격 요건과 아동 발달 등에 대한 사항을 전반적으로 감독한다. 영유아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다. 한편 보육교사의 자질향상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 없이 양질의 보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육 종사자들의 자질과 보육의 질이 비례한다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보육시설에 대한 정보 공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육시설에 대한 형식적인 정보공개로 보육 수요자가 시설에 대한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 감독기관의 점검ㆍ평가 결과를 포함한 보육시설 운영 전반에 관한 ‘정보공개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보육시설 수요자의 정보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시설운양자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보육시설 운영이 개선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 2012.03.15.. 헤럴드경제, 경제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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