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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과세 확대, 세제 근간 뒤흔든다 박상근 경영학박사 12.03.06
부가가치세제의 성패는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거래하면서 ‘세금계산서’를 얼마나 성실하게 주고받는가에 달려 있다. 사업자간에 세금계산서 수수가 제대로 이뤄지면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등 모든 세금계산의 근거가 되는 매출과 매입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되면 근거과세와 공평과세가 이뤄진다. 그러므로 부가가치세 과세유형은 재화 또는 용역 거래 시 세금계산서 수수가 의무화 돼 있는 ‘일반과세’가 원칙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이 사업자의 세금계산서 수수에 문제가 있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을 연 매출 4800만원 미만 사업자에서 8400만원 미만 사업자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사업자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할 때 매출처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다. 또한 매입처로부터 세금계산서를 수취하는 데 소극적일 수 있다. 간이과세사업자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으면서 부담한 부가가치세의 일부만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이과세사업자와 거래하는 일부 사업자는 이러한 간이과세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계산서를 수수하지 않는다. 거래사실을 감춰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업자 간에 세금계산서를 제대로 주고받지 않으면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제반 세금의 과세근거 확보가 어려워진다. 간이과세제도는 일반과세와 달리 거래의 투명성과 조세원칙인 근거과세 및 공평과세를 허무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간이과세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영세사업자 보호에 있다. 간이과세사업자가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는 일반과세사업자의 20% 내지 40%에 불과하다. 하지만 간이과세제도는 본래의 취지에 불구하고, 비교적 규모가 큰 사업자의 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 일부 자영업자는 매출을 누락해 간이과세 우산아래 안주하면서 세금 부담이 큰 일반과세사업자로 전환하지 않는다. 이에 따른 세수일실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실에서 간이과세 대상을 확대하면 영세사업자 보호라는 긍정적 효과보다 자영사업자의 탈세 규모를 키우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국가에 납부하기 위해 소비자로부터 징수한 세금이다. 간이과세로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면 소비자가 부담한 국세의 일부가 국고로 들어가지 않고 간이과세사업자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학계와 조세전문가단체는 간이과세의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 왔다. 영세사업자에 대한 지원은 부가가치세가 아닌 ‘소득세 경감 또는 재정지원 방법’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2000년 7월부터 간이과세기준이 4800만원으로 운영된 11년 동안 간이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세제개편은 금기(禁忌)시 돼 왔다. 간이과세제도가 자영업자의 탈세수단으로 악용되고 근거과세와 공평과세를 허무는 등 그 폐해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확대 공약이 지금까지 드러난 이 제도의 문제점을 간과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현행 간이과세기준(4800만원)에 의하더라도 간이과세사업자가 183만명(총 사업자의 34.9%)에 이른다. 간이과세기준을 연 매출 8400만원으로 확대하면 간이과세 대상자가 대폭 늘어난다. 예외는 적을수록 좋다. 예외적인 부가가치세 과세방법인 간이과세는 그 대상을 점차 줄여 나가야 하고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간이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세제개편은 세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서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 2012.03.06.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