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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잇속 챙기기 ‘정자법 개정’ 중단해야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2.02.14 | |
현행 ‘정치자금법(이하 정자법: 政資法)’에 의하면 법인과 단체는 국회의원 후원회 등에 정치자금을 낼 수 없다. 오로지 개인만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법사위에서 여야는 법인과 단체의 ‘후원금 쪼개기’ 입법로비를 합법화하는 정자법 개정안(일명 청목회법)을 기습 통과시켰다. 현재 이 개정 법률안은 본회의 통과 절차를 남기고 있다.
법인과 단체가 정치자금을 낼 수 없도록 한 정자법은 불법 정치자금이 만연하던 2004년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아 돈정치 풍토를 혁신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주도했기 때문에 ‘오세훈법’이라 불린다. 이후 선거와 정치는 돈 안 드는 깨끗한 풍토로 바뀌었고, 대다수 국민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어느 법인이 입법로비 목적으로 특정 국회의원에게 후원금 2000만원을 내고자 할 경우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법인과 단체는 물론이고 법인 및 단체와 관련된 종업원 등의 이름으로 쪼개서 내는 것도 위법이다. 실례로 청원경찰들의 친목단체인 청목회 회원으로부터 입법로비 목적의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종업원 200명 이름으로 100,000원씩 쪼개서 2000만원의 후원금을 낼 수 있게 된다. 또 다시 금권(金權)이 정치판을 휘저을 수 있는 틈새가 생기고 대규모 불법 정치자금 망령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들이 이해관계가 없는 다수 개인으로부터 소액위주로 정치자금을 모금해야 깨끗한 정치풍토가 정착되고 돈 선거가 사라진다. 돈 많고 힘 있는 법인과 단체가 후원금 쪼개기를 이용해 입법로비에 나설 경우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과 돈 없는 서민들이 손해를 본다. 이것은 ‘공정사회’로 가는 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기업 및 단체와 정치인 사이의 정치자금 거래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 국회는 세계 추세에 부응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강화하기는커녕 기존의 정치자금 투명성 장치까지 허물겠다고 한다. 18대 국회에선 유독 국회의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가 많았다. 세비(歲費)가 인상됐고, 국회의원들은 가족수당과 자녀학비수당까지 챙겨갈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여기에 의원직에서 물러난 후 평생 동안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법률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중산서민층은 물가․ 전월세․ 일자리․ 등록금․ 가계 빚 등 ‘총체적 생활고’에 시달리며 좌절과 분노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8대 국회의원들이 임기 마지막까지 민생을 챙기기보다 ‘자기 잇속 챙기기’에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한다. 한나라당은 비대위를 구성해 뼛속까지 바꾸는 쇄신에 나섰고, 민주통합당도 정치쇄신을 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전당대회에서의 돈 봉투 사건까지 불거졌다. 온 나라가 정치권의 돈 문제로 시끄럽다. 이를 지켜보는 대부분 국민들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지금보다 강화되기를 원한다. 이 와중에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을 늘리기 위해 정자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금은 국회의원들이 정치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여지가 있는 ‘정치자금 늘리기’에 나설 때가 아니다. 더구나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후퇴시키는 후원금 쪼개기 입법로비를 허용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제라도 여야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후원금 쪼개기 입법로비를 합법화하는 정자법 개정’을 중단하고 해당 법안을 폐기하기 바란다. / 2012.02.07.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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