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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맡길 수 있어야 진짜 보육 박상근 경영학박사 12.02.14
• 보육은 0~5세 영유아가 있는 2040세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워킹맘’들의 조기 퇴직은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고급 여성 인력의 사장(死藏)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이것 역시 보육과 맞닿아 있는 문제다. 보육은 사회적 문제이면서 나라의 동량을 키우는 국가적 과제다.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0~5세 영유아 1인당 월 20만~30만원의 양육수당 또는 보육비를 지급하는 정부 대책으로 보육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다.

보육비 지원과 함께 신뢰할 수 있는 보육 종사자가 운영하는 양질의 시설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어야 보육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있다. 양질의 보육시설이 태부족인 데다 아이를 구타하고 상한 음식을 먹이는 어린이집까지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보육이 정상화되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각종 설문조사에 따르면 워킹맘들은 ‘보육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드물다’면서 보육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여기에 올해부터 양육수당과 보육비 지급 대상 영유아가 대폭 늘어난다. 이러한 정부 정책도 양질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보육 수요자에게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제 보육시설 건립과 운영을 민간에게 맡기지 말고 지자체 중심으로 공공 보육시설 확충에 나서야 한다. 

먼저 시장·군수·구청장이 관내 보육시설의 수요와 공급을 파악해 지자체 재원으로 부족 시설 건립이 가능하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만일 지자체 재원으로 건립하고도 부족 시설이 있으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기업이 보육시설 건립 자금이나 운영비를 부담할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프랑스는 ‘유아원과 기업’ 클럽이라는 정책으로 중소기업까지 어린이집을 만들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출산율 2.0명, 25~49세 여성취업률 85%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보육은 ‘일자리의 보고’다. 보육에는 관리인·영양사·보육교사·보육돌보미 등 많은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야 보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보육시설 종사자의 자격 관리를 지금보다 강화하고,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로 자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보육시설별 보육교사 채용을 지양하고 지자체별로 관내 보육교사를 일괄 채용하는 등 보육전문 인력의 관리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보육 종사자들이 처한 현재와 같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보수로 양질의 보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육 종사자에 대한 대우와 보육의 질이 비례한다는 전문가의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땅에 떨어진 보육 종사자의 사기와 긍지를 초등 교사의 70% 수준까지 높이는 대책이 시급하다.

그리고 보육시설에 대한 당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감독 없이 보육이 발전하기 어렵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의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로 인해 부모가 보육시설에 대한 공신력있는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영국과 같이 지자체가 정기 또는 수시로 보육시설에 대해 실태 점검․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당국의 점검․ 평가 결과를 포함한 보육시설 운영 전반에 관한 정보공개정책을 도입하면 수요자의 정보 욕구를 충족함은 물론이고, 보육시설에 대한 당국의 관심을 높이고, 시설 운양자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보육시설 운영이 개선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 / 박상근(세무회계연구소 대표․ 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