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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요건 대폭 완화해야 박상근 경영학박사 11.12.15
국내 중견기업의 평균 업력은 22.2세로 성숙기에 들어섰다. 향후 ‘가업승계’ 문제가 중견기업의 최대 애로 사항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돌아가신 분이 평생 일군 기술과 경영 노하우가 녹아 있는 가업을 원활하게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상속세제가 마련돼야 한다. 이래야 기업이 상속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장수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가업을 상속할 경우 가업상속공제금액이 가업상속재산의 40%에서 100%로 대폭 늘어난다. 공제한도액도 피상속인의 사업영위기간에 따라 최소 100억원에서 최대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하지만 현장에선 가업상속공제율이 낮다기보다 ‘가업상속공제요건’이 터무니없이 까다롭다는 애로를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건수는 상속세신고 건수 대비 고작 1% 내외로서 2008년 51건, 2009년 43건에 불과하다. 터무니없이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요건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율 확대에는 신경을 쓰면서 가업상속공제요건 완화에는 별 관심이 없다. 현행 가업상속공제요건을 그대로 둔 채, 가업상속공제율과 공제한도액만 늘려봤자 기업에겐 그림의 떡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범위를 중소기업과 연간 매출액 1500억원 이하 중견기업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 내 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공제요건에 부합하는데도 규모가 크다 해서 공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둔 취지에 맞지 않는다. 다음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 가업’을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영위한 기업에 한정할 게 아니라,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직계존속이 경영한 기간을 합쳐 10년 이상인 실질적인 가업을 공제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타공제요건으로, 상속인 중 1인이 가업을 상속받을 것을 요구해 부(富)의 분산을 막는 점도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사후관리 요건도 문제다. 상속개시 후 10년의 장기간 동안 상속 전 대비 100%(중견기업은 120%) 이상 고용유지 의무 부과로 공정자동화 등 경영개선을 어렵게 하는 점, 가업승계 후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업종변경과 주식처분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점을 비롯해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기업의 성장 발전에 발목을 잡는 사후관리 요건도 완화돼야 한다.

상속세 때문에 유구한 역사를 가진 기업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가 사장(死藏)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또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인들이다. 정부는 이들이 안심하고 기업을 일군 후 상속세를 제대로 내고 떳떳이 후손에게 가업으로 넘길 수 있는 ‘조세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 아닌 제2의 창업’이라는 시각에서 ‘가업상속공제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당장 올해 정기국회 세법개정에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 2011.12.15. 헤럴드경제, 경제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