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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재정으로 가는 길 (1) 박상근 경영학박사 11.10.10
미국과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국가의 과중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촉발된 재정위기가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앞으로 닥칠 경제위기, 통일과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균형재정’ 유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재정수입 규모는 과세표준(세원)과 세율의 크기에 달렸다. 하지만 글로벌경제시대에 세계 각국이 투자 유치를 위해 세율을 내리고 있는데 우리만 올릴 수 없다. 내년이후 우리 경제가 상당기간 3~4%대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성장을 전제로 한 세원확대 방안 또한 균형재정에 필요한 수입을 확보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 계획대로 2013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선 불요불급한 세출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쏟아 낼 복지 확대를 비롯한 선심성 정책이 걱정이다. 특히,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2013년부터 5년간 새로운 세금 신설이나 국채발행 없이 부자감세 철회 및 세출입구조 조정 등으로 연 평균 33조원, 5년간 165조원의 재원을 마련, 이른바 ‘3+1’ 보편적 복지에 쓰겠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은 3조2000억원의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 철회, 2조1000억원의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과 혼란을 겪었다. 감세철회는 그만큼 어렵다. 한편 정부의 2010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재정 총지출 282조8000억원 중 63.8%(180조5000억원)는 법으로 규모가 정해져 있거나 인건비·국방비 등 재정 형편에 따라 지출 액수를 조정하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일반예산 36.2%(102조3000억원)도 SOS 투자·농어촌 지원 등 나름의 명목이 정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세출입구조 조정으로 연 평균 33조원(5년간 165조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로 2030년에 노인 사회보장비가 218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가만히 있어도 복지지출이 급증한다. 추산조차 어려운 통일비용도 기다린다. 여기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매년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포퓰리즘적 복지를 추가로 늘린다면 빚을 얻어 충당할 수밖에 없다. 균형재정은 물 건너가고 국가 채무가 늘어나면서 투자와 성장, 일자리 창출이 멈추게 된다. 이러한 복지정책은 당장은 달콤하지만 미래를 갉아 먹는 독이다.

재정수입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고 세출구조 조정으로 복지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저성장시대에 균형재정으로 가는 유일한 방안은 무분별한 복지 확대를 자제하는 것이다. 복지는 재원을 확보한 후에 꼭 필요한 부분 위주로 재정여건을 감안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선별적 복지’가 정답이다. 이래야 투자 여력이 생기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일자리와 복지에 쓸 재정수입이 늘어난다. 이것이 복지와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이다. 국민은 나라 곳간을 파탄 내고 미래 세대의 희망을 빼앗는 정치권의 허황된 ‘보편적 무상복지’에 속아서 이들에게 표를 줘선 안 된다.

/ 2011.10.10. 중앙일보 33면, 세설(世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