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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주민투표법’ 바로잡아야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1.09.06 | |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된다.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 목적도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의 다수 의견을 확인하는 데 있다. 하지만 투표율이 25.7%를 기록, ‘개표 최저한 투표율(33.3%)’에 미달해 개표하지 않음에 따라 시민의 다수 의견이 어디에 있는 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또한 이번 주민투표는 본연의 목적인 정책 선택 투표는 실종되고 개표 최저한 투표율에 목을 매는 이상한 투표가 됐다.
개표 최저한 투표율(33.3%)을 둔 이유는 주민투표의 남용을 막는 데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투표 불참을 조장한다. 투표율이 개표 최저한 투표율에 미달하면 개표하지 아니하고 기존에 시행 중인 정책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지지하는 특정 세력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으로 투표율을 개표 최저한 투표율 미만으로 떨어뜨림으로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투표 참여는 민주주의의 핵심인데, ‘나쁜 투표’라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세력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비민주적 제도다. 개표 최저한 투표율은 주민투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 때문에 ‘주민투표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투표실시 요건’을 갖춰 발의된 주민투표가 특정 세력의 조직적인 불참 운동으로 무효가 되면 인력과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투표 불참자의 의도대로 투표 참여자의 의견이 무시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투표에 참여한 자의 권리는 무시하고 참여하지 않는 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는 민주주의 근간인 ‘다수결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행 주민투표제도는 발의요건을 강화해 남용을 방지하고, 개표 최저한 투표율을 낮춰 참여를 유도함으로서 투표의 무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선 개표 최저한 투표율을 아예 없애든지 적어도 25%(4분의 1)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표 최저한 투표율이 너무 높으면 ‘공개 투표’로 변질된다. 투표에 불참하면 기존의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참여하면 기존 정책과 다른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힌다. 이번 주민투표의 경우 서울시 초·중교에는 서울시 교육감 주장대로 소득 구분 없는 무상급식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이에 서울시장이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한 단계적 무상급식 정책을 내놓으면서 주민투표를 발의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투표는 참여와 불참에 따라 특정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히는 공개투표가 됐다. 주민투표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이 주위 시선이 부담스러웠다면서 투표 참여의 고충을 호소했고 대부분 직장인들은 동료와 상사의 눈치 때문에 투표 참여가 어려웠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편가르기 공개 투표 제도를 만들어 놓고 민의(民意)를 들으려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한심할 따름이다. 개표 최저한 투표율이 있으면 또 하나의 주민투표 목적인 정책집행 혼란을 해소하기 어렵다. 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 주민투표를 실시했더라도 투표율이 개표 최저한 투표율에 미달해 개표되지 않으면 주민들의 의견을 확인할 수 없다. 이 경우 주민투표 후에도 기존의 정책 혼선과 갈등이 계속된다. 이번 주민투표 후에도 서울시 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 695억 원의 집행 요구에 대해 서울시는 법원의 최종 판결 이전에는 집행할 수 없다고 거부하는 등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 간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인한 시정공백과 보궐선거로 인한 수백억원의 선거비용도 개표 최저한 투표율이 그 원인을 제공했다. /2011.09.02.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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