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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행정, 시스템 개혁 먼저다 박상근경영학박사 11.07.15
국민들은 2009년 일부 복지 담당 공무원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복지예산을 횡령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전달체계를 투명하게 정비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성과는 알 수 없다. 과거 복지예산 낭비가 워낙 광범위하고 그 규모가 컸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속엔 복지예산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아직도 미심쩍은 구석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올해 복지예산은 86조원으로 2006년 56조원에 비해 1.5배 늘었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9%로서 사상 최대다. 정부의 중기 재정계획에 따르면 2013년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3분의 1인 111조2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복지예산을 늘리고 새로운 복지정책을 내 놓아도 수혜를 받아야 할 곳에 예산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붙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일선 지자체의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을 현재 2만2461명에서 2014년까지 7000명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 복지전달체계의 미비함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정책은 옳다. 하지만 정책 수단이 문제다. 복지예산 횡령사건은 사람이 부족해 발생한 게 아니다. 복지행정시스템에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혜자 선정에서부터 예산배정, 전달체계, 사후관리 및 감사에 이르기까지 ‘복지업무의 시스템화’가 선행돼야 한다. 복지 공무원 증원은 이후에 논의할 문제다.

 조세행정 전담기관인 국세청은 1만8000명의 국세 공무원으로 663만 명의 납세자를 상대로 연 154조원의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세무행정과 같이 복지행정도 전문화가 필요하다. 현재 일선 복지 공무원은 국세 공무원의 1.2배인 2만2461명에 달한다. 이들을 전문화하고 업무를 효율화할 경우 86조원의 예산 집행에 지장이 없는 인원이라고 본다. 오히려 일반 행정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고 7000명을 증원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것이 수천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면서 작은 정부로 가는 길이다.

 복지정책 방향을 ‘소득보전형’에서 ‘생산형’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요하다. 잡은 고기를 나눠주는 소득보전형 복지로 수혜자를 늘리다 보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복지예산이 늘어나게 된다. 일단 늘린 복지를 줄이기는 어렵다. 현재 ‘복지병’을 앓고 있는 독일을 비롯한 복지선진국이 반면교사 아닌가.

 우리나라도 경기침체와 소득 양극화, 그리고 저출산·고령화가 맞물려 해마다 복지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복지예산 늘리기 경쟁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적자와 나라 빚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더 늦기 전에 ‘복지구조조정’을 고민해야 한다.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중증장애우 등 근로능력이 없는 자는 국가가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자에 대해선 근로와 복지를 철저히 연계하는 생산형 복지로의 전환이 복지구조조정의 핵심이다.

2011.07.15. 중앙일보, 시론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