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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정서 외면한 정치자금법 개정은 ‘꼼수입법’ 박상근 경영학박사 11.07.11
현행 ‘정치자금법(이하 정자법: 政資法)’에 의하면 법인과 이익단체는 국회의원 후원회 등에 정치자금을 낼 수 없고 개인만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법인과 이익단체의 ‘후원금 쪼개기’를 이용한 입법로비를 합법화하는 정자법 개정안을 여야합의로 기습 통과시켜 법사위에 넘겼다. 하지만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은 국민 정서를 외면한 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 입법이라는 여론에 밀려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태로 6월 임시국회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정자법 개정 법률안이 법사위에 상정돼 처리를 시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인과 이익단체가 정치 후원금을 낼 수 없도록 한 정자법은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주도해 돈정치 풍토를 혁신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선거와 정치는 돈 안 드는 깨끗한 풍토로 바뀌었다. 국민 모두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정이 이런대도 여야 정치권은 또다시 구린 내 나는 돈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여 돈이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방향으로 정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관련 법안·한국방송공사(KBS) 시청료 인상 법안 등 사사건건 대립하던 정치권이 제 밥그릇 챙기기 입법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법인과 이익단체의 후원금 쪼개기를 이용한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방향으로의 정자법 개정은 국민을 속이는 꼼수 입법이다. 이는 정치발전과 투명사회로 가는 길이 아니고 ‘공정사회’의 핵심인 기회 균등에도 어긋난다. 그러므로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돈 많은 법인과 이익단체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임직원과 회원 명의로 후원금을 보내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입법로비에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약자인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이는 일부 재벌과 이익단체의 불법 입법로비와 과거 대선 및 총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사실이다. 미국․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기업․단체와 정치인간 정치자금 거래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번 정자법 개정은 세계적 추세에도 어긋난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2월에도 국회의원들의 봉급인 세비(歲費)를 인상하고 전직 의원들에게 평생 연금 형식으로 매달 12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법률을 통과시킨바 있다. 연금은 현역의원도 그 직을 떠나면 자동적으로 나오게 된다. 연봉이 1억원이 넘고 평균 재산이 29억원인 국회의원들은 이것도 모자라 올해부터 가족수당과 자녀학비수당까지 가져갈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국민들은 물가․유가․전월세․등록금·가계 빚 등 생활고에 시달리며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민생관련 입법에 매진해도 시간이 모자랄 국회의원들이 구린내 나는 정치자금을 더 받기 위한 입법에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다. 이제라도 국회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제 밥그릇 챙기기 방향으로의 정자법 개정을 중단하고 민생관련 입법에 나서주기 바란다.

/ 2011.07.11. 세계일보,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