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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票)퓰리즘의 극치 ‘반값 등록금’ 박상근 경영학박사 11.06.21
대한민국은 ‘반값 등록금’ 폭풍에 휩싸여 있다. 대학생들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이행을 촉구하며 벌인 촛불집회가 지난 20일로 23일째를 맞았다. 이제 고교생·학부모·시민 등의 집회 참여와 오는 24일 열리는 ‘1천인 원탁회의’ 등으로 빈값 등록금 문제가 정치·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교육 문제는 백년대계이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꾸준한 연구와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이렇게 중차대한 교육정책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불쑥 꺼내든 여당도 문제지만, 야당 대표가 촛불집회를 다녀온 후 3조원의 예산이 더 들어가는 방향으로 수혜대상을 넓힌다거나 심지어 등록금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나오는 등 여야가 대책 없는 등록금 인하 경쟁에 나서는 것이 큰 문제다.

지금은 정치권이 반값 등록금을 매개로 촛불집회를 부추겨 반사이익을 얻는데 몰두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생계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그늘진 곳이 많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고통당하는 맞벌이 주부들, 수년째 계속되는 가족의 중병으로 길거리에 나앉게 된 가족들, 오갈 데 없는 독거노인들, 학업을 포기하고 가족생계에 매달리고 있는 소년소녀 가장들, 이와 같은 최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 이들은 거리에 나와 촛불집회를 할 힘도 없다.

산적한 ‘민생현안’도 중요하다. 치솟는 물가, 어느 정권 때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전월세를 확실히 안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저축은행 피해자 대책도 시급하다. 차제에 의무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기회도 가졌으면 한다. 초·중생들의 몸집은 커졌는데 오래된 책걸상이 교체되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예산의 무상급식 전용으로 실험기자재 살 돈과 비새는 교실을 고칠 돈이 없다는 보도도 있었다.

세계 어디에도 무차별적으로 대학 등록금을 나랏돈으로 지원하는 국가는 없다. 미국의 경우 부모가 고등학교까지 학비를 대 주면 대학교는 학자금 융자 등으로 본인이 해결한다. 우리나라도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마련돼 있고, 사이버대학·한국방송통신대학 등 평생교육기관이 잘 갖춰져 있어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저렴한 등록금으로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가 열려있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평생교육기관 등을 통해 어렵게 공부하는 것도 후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나랏돈으로 등록금 지원을 최소화하는 한편 대학 적립금의 활용 · 대학 운영의 효율화 · 기부금 활성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우수한 인재가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 예산으로 부실대학과 공부하지 않는 학생을 돕는 것은 예산낭비에 해당한다.

정치권과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 도입에 조급해선 안 된다.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등록금 인하를 위해선 대학구조 조정과 자구노력 우선 등 시간을 갖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