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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어야 전월세 안정된다 박상근 경영학박사 11.06.21
현재 우리나라 집값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돼 있다. 하지만 전월세시장에선 1~2인 가구의 증가· 매매수요의 전세 전환 등 수요증가로 전월세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정책은 전월세를 안정시키는데 집중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45만 가구 이상의 신규주택이 공급돼야 주택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매년 35만 가구가 신규로 생겨나고,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멸실 주택 등으로 연간 10만 가구 내외의 신규주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부터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연간 38만 가구 내외에 머물고 있다. 이것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연간 3만~4만 가구씩 인허가 물량을 늘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막대한 부채 때문에 주택건설 물량을 축소중이고 민간건설업체도 분양가상한제에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겹쳐 공급물량을 줄이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70여 개에 달하는 재건축·재개발·도시환경정비 조합의 상당 수 조합원이 올 하반기부터 이주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어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 수요 대비 공급부족으로 전월세값 불안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를 비롯한 공급규제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현실을 간과한 잘못된 진단이다. 매매수요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데다 대출규제가 엄격하고 이자율마저 오르고 있기 때문에 투기목적으로 집을 사기는 어렵다. 여기에 주변지역에서 공급되는 값싼 보금자리주택도 가격안정 기능을 할 것이다. 제반 사정을 감안할 때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집값은 상당기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보유·양도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중과하는 세제도 문제다. '다주택자중과세제' 때문에 부자들이 집을 사지도 팔지도 않는다. 특히 다주택자가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50~60%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하는 양도세 중과세제가 주택 공급을 막고 있다. 이제 다주택자가 주택임대시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이들의 주택 취득과 양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제를 풀어야 할 시기에 정치권이 또 하나의 공급규제인 ‘전월세상한제’를 추진 중에 있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제도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이 제도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줄여 전월세 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제도 도입 전에 전월세금이 한꺼번에 오르는 등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답시고 도입한 제도가 서민들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중과세제'를 개선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이것이 전월세를 안정시키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런데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2년여 국회에서 표류중이고, 다주택자중과세제는 2012년 말까지 잠정적으로 유예해 놓은 상태다. 법과 제도로 주택공급을 어렵게 하면 집 없는 서민이 피해를 본다. 정부와 국회가 주택공급을 가로막고 있는 부동산 제도와 세제의 개선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011.06.21.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