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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낭비하면서 제대로 내라면... 박상근 경영학박사 11.06.09
정부는 각종 수단을 동원해 납세자에게 실제 소득금액을 밝히고 이에 따른 세금을 제대로 내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 국회에선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이뤄진 예산의 배정을 둘러싸고 매년 이전투구가 벌어진다.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곳에 우선 배정돼야 할 예산이 힘의 논리에 따라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선심성 예산에 먼저 채워진다면 세금의 효율적 사용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공정사회로 가는 길이 아니다.

새로이 출범하는 정부는 예외 없이 작은 정부를 슬로건으로 내건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공무원 숫자와 씀씀이를 줄이겠다던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납세자들은 궁금하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2008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공기업 민영화’는 매각 입찰이 잇따라 유찰되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영개선에 별 성과를 내지 못한 공기업이 오히려 성과급 퍼주기로 국민의 혈세를 축냈다.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이 공기업 22곳의 지난해 경영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임원 제외)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돈은 1조746억원으로, 1인당 1450만원이었다. 이들 공기업의 부채는 212조원에 달한다. 작년 말 현재 부채가 125조4692억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직원 5600명에게 1인당 평균 191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부실경영과 부채증가는 모두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우리 국민은 아직도 복지예산 전달체계에 불신을 갖고 있다. 몇 년 전 일부 복지예산 담당 공무원들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복지예산을 횡령한 사실 때문이다. 그 후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전달체계를 투명하게 정비한다고 했지만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과거 복지예산 낭비가 전국적이고 그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정성화됐다고 믿고 넘어가기엔 아직도 미심쩍은 구석이 남아있다.

지난해 발표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통계청에 따르면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52.2%에 불과하고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도 못 대는 곳이 절반에 이른다. 그런데도 빚을 얻어 호화 청사를 짓고, 선심성 행사 및 축제로 세금을 낭비하면서, 지방 공기업을 이용한 과잉투자 등 일부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 운영이 심각하다. 멀쩡한 보도 블록 교체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아직도 연례행사처럼 계속되고 있다. 지방재정 운영에 대한 내부 통제와 외부감사시스템이 미흡한 결과다.

정부가 세금을 낭비하면서 납세자에겐 세금을 제대로 내라고 압박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씀씀이를 줄여 절약해 쓰는 것은 더 중요하다. 정부는 세금을 절약해 쓰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국민 앞에 가시적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성실하게 납세할 의욕이 생기고, 정부는 국민에게 세금을 제대로 내라고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다.

/ 2011.05.10. 세계일보,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