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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부자 집 사는 것까지 도와 줄 때인가 박상근 경영학박사 11.04.13
현재도 무주택자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의 50%를 깎아 주고 있다. 집 없는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도우려는 취지다. 그런데 정부는 3.22.주택거래활성화 대책에서 올해 말까지 무주택자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에는 추가로 취득세의 50%(2%→1%)을, 다주택자가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에도 취득세의 50%(4%→2%)을 깎아주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여당은 3.22.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놓고 2차례의 당정협의를 열었다. 여기에서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돼 DTI 적용 유예기간을 지난 3월말로 종료하고 4월부터 DTI 규제를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정부와 여당은 DTI 부활로 주택담보 대출금액이 줄어들어 주택거래가 침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완책으로 ‘취득세 인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DTI 규제를 부활하는 대신 취득세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은 잘못된 정책조합(政策組合)으로 보인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우선 고려하는 사항은 취득자금(資金) 조달과 향후 집값의 상승여부이지 취득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 살 돈이 없는데다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은 상태이고 앞으로 집값이 내릴 추세인데 취득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한 취득세를 깎아 준다고 사람들이 집을 사겠는가? 다주택자이면서 9억 원을 초과하는 집을 살 능력이 있는 부자는 취득세를 깎아 주는 것과 상관없이 사야할 집은 사게 돼 있다.

이번 부자들에 대한 취득세 인하는 주택거래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약 2조원에 달하는 지방세수입만 날아 갈 가능성이 크다. 취득세는 지방세 수입의 20~30%를 차지한다. 그러므로 취득세율을 내리면 지자체 재정을 악화시켜 고유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에 지자체가 취득세율 인하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자 정부․여당은 취득세율 인하로 생기는 지방세 결손액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전액 메워 주겠다고 한다. 가뜩이나 부자감세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 ․ 여당이 세금으로 부자 집 사는 것까지 도운 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취득세 인하 정책이 갑자기 3.22.주택거래활성화 대책에 포함되는 바람에 여러 가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시장에선 시행시기를 두고 극도의 혼란에 휩싸였다. 3.22.대책 발표 당일부터 지금까지 주무 부서인 기획재정부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정책이 불투명하면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정부는 4월 임시국회에서 법이 통과돼봐야 시행시기를 알 수 있다는 안일한 자세로 대응하지 말고 당정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인하된 취득세율 적용시기를 확정하는 방법으로 시장의 혼란을 줄여주기 바란다.

/ 박상근(세영세무법인 ․ 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