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
---|---|---|---|
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은 소통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1.04.04 | |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부터 국민과의 소통 부족을 드러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쇠고기관련 협상 내용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부족이었다. 당시 들불처럼 번진 촛불집회에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하면서 큰 고비를 넘겼다. 그 후에도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비롯한 안보와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 문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정책 추진에서 소통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
특히 일부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 문제는 우리 세대뿐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정운찬 전 총리는 세종시에 정부 부처를 이전하는 대신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경제성과 효율성면에서 일리가 있고 많은 지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당 내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조차 설득하지 않고 야당과도 사전 교섭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소통부재가 문제였다. 우리는 후대에 비효율과 경제적 손실을 떠넘긴 선조(先祖)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정부의 소통 부재가 또 다시 불거졌다. 정부는 외자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저렴한 이자로 외자를 들여오기 위해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을 추진해 왔다. 정부는 2009.9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했으나 1년 6개월 동안의 지루한 공방 끝에 야당의 반대와 기독교계의 강력한 반발로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도입이 무산됐다. 정부 발표대로 외자조달처 다변화와 저렴한 외자 도입이라는 순수한 측면에서 이슬람채권을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면 사전에 이 사실을 기독교계에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업자가 반발하고 있는 ‘세무검증제’도 마찬가지다. 당초 변호사 ․ 의사 등 제한적으로 실시하려던 검증 대상을 법 개정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전 사업자로 확대하고 사업자의 부담과 세무사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변질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당사자인 납세자와 관련 단체의 의견 수렴 절차도 이행하지 않았다. 현재 세무검증제 도입 법안은 법사위에 계류 중인데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경제계의 최대 화두는 ‘동반성장’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발표했다가 재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일부 관계(官界)조차도 동의하지 않았다. 동반성장은 중요한 국가 경제정책이면서 당사자간에 이해가 걸린 민감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몇 차례 공청회를 열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당사자인 대기업과 공감대를 이룬 후 그 추진을 발표하는 것이 적절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절차 없이 개념조차 모호한 초과이익공유제가 동반성장의 핵심이라고 불쑥 내 놓으니 재벌 총수마저 들어보지도 못했고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것이라며 반발하지 않는가? 저렴한 이율로 이슬람자금을 들여오고, 고소득자영업자의 소득을 투명하게 밝혀 공평과세를 구현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을 이루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여기서 정부의 소통 부족이 문제다. 정부가 새로운 법을 만들면서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소통하는 것은 국민을 섬기고 존중하는 첫걸음이다. 이것은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한편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당시자의 동의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을 응원자로 만들기 위해서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2011. 04. 04, 세계일보, 기고 |
- 이전글바람직한 세제개혁의 방향 1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