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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아가나 박상근 경영학박사 11.02.15
. 매년 2월 이맘때면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이 사회로 나온다. 이중 절반 정도는 졸업과 동시에 ‘백수’라는 딱지를 달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의 실업자와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려면 매년 7% 이상의 고도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성장 동력인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고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서 노령화하고 있는 경제여건 하에선 3~4% 성장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의 절반이 백수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걷히기 어렵게 돼 있다.

젊은이가 직장이 없으면 결혼도 어렵다. 설령 직장을 구해 결혼한다 해도 ‘집값과 전월세 값’이라는 벽이 기다린다. 월급에서 매월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100만원씩 꼬박꼬박 집주인에게 갖다 바쳐야 하고, 2년마다 50% 이상 오르는 수천만의 전세금을 대느라 허리가 휜다. 오르는 전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파트서 연립으로 서울서 경기도로 외곽지역 전셋집만 전전하는 ‘전세난민’이 오늘날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다. 사회 초년의 청년들이 자본축적 기회를 잃어 중산층 진입은 꿈도 못 꾸고, 전월세 값 대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도 가계부는 구멍이 난다. 젊은 세대가 돈을 모아 내 집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혼생활 내내 ‘보육과 교육’의 절벽에 부딪힌다. 국가가 보육 문제를 해결해 준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를 보육시설에 맞길 경우 보육비가 가계를 압박하고, 그나마 시설이 태부족해 마땅히 맞길 곳이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아이 한명이 대학까지 마치는 데 2억7000만원, 2명이면 5억4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턱없이 오르는 생활비와 전월세 값 대기도 어려운 젊은이들이 이 엄청난 교육비를 감당하면서 아이를 낳으려 하겠는가.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이 여기에 있다. 출산과 보육은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국가와 본인의 미래를 책임져 줄 자식마저 키우기 어려운 슬픈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로 가만히 있어도 복지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 그런대도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복지비용을 늘리지 못해 안달이다. 대부분의 혜택이 장․ 노년층에게 돌아가는 ‘무상 복지’는 필연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부담을 늘린다. 더구나 세금이 부족해 빚을 얻을 경우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된다. 여기에 우리가 준비도 하지 않고 있는 통일비용이 젊은 세대 앞이 놓여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기성세대들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젊은 세대들의 희망 뺐기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 이것이 청년들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한다.

과잉복지로 경제성장이 정체되면 젊은 세대에게 활력 없고 빚 투성이인 국가를 물려주게 된다. 일자리가 사라지게 됨은 물론이다. 청년들은 잡은 고기를 나눠주는 것이 아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한다. 경제성장률 내에서 복지비용을 늘리고 나머지 여력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최고의 복지다. 이것이 경제를 선순환(善循環) 구조로 만드는 정책이고, 젊은 세대 앞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2011.02.15. 중앙일보 33면, 세설(世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