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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와 지역예산 박상근 경영학박사 11.01.14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8.15 기념 경축사에서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 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공정한 사회는 기회균등, 사회적 약자 배려가 핵심임을 강조해 왔다. 올해 부처별 업무보고도 공정한 사회 실천 과제와 친 서민 정책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새해 신년사에서도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 달성이 국정의 중심에 있음을 천명했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해 12월 8일 폭력이 난무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309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보도에 의하면 이 와중에 현 정권 실세와 일부 여야 당직자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지역구 예산을 챙겼고 반면에 예산심의 부실로 아동보육비 지원 등 시급한 예산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는 예산처리와 관련해 연례행사처럼 야당의 장외 투쟁 등에 시달렸고, 지금도 그 여진이 계속 중에 있다.

국민 모두가 능력에 따라 부담한 세금으로 이뤄진 예산은 일부 힘 있는 자들의 쌈짓돈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재산인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 전체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하고 시급한 곳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래야 국민 모두에게 최대의 혜택이 돌아간다. 국회는 ‘상식과 공정’이 통하지 않는 곳인가? 공정한 기준을 벗어난 힘의 논리에 의해 일부 지역에 예산이 편중된다면, 현 정권 실세와 당직자들을 의원으로 둔 지역은 좋겠지만, 그 외 대다수 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이것은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니다.

미 하원은 지난해 12월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모두 1310억 달러(150조원)에 이르는 의원들의 지역구 선심성 예산 4만 건을 모두 자진 삭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의원 지역구에 대한 선심성 예산은 특정 기업에 정부 예산을 대 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부패관행”이라며 자제를 호소한 게 효과를 거두었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 당국자는 예산처리 시한만 챙겼지, 실세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 선심성 예산을 배정하는 행위에는 수수방관했다. 이러고도 정부가 기업과 국민들의 불공정행위에 ‘공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도 미국처럼 지역구 사업을 무분별하게 챙기는 의원들의 행위를 ‘부패관행’ 또는 ‘공정사회에 역행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 국민이 땀 흘려 번 돈에서 나오는 세금을 정권 실세의 지역구에 선심성 예산으로 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행위다. 이러한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외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및 사회통합과도 거리가 멀다.

이제 국회는 예산을 심의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폭력행위를 비롯한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우리 국회의 난장판 모습이 올해 또 다시 해외에서 조롱의 대상이 될 순 없지 않는가? 국민이 인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참에 국회는 예산을 당리당략으로 졸속심의 끝에 정기국회 막바지에 부수법안과 함께 일괄 처리하는 관행,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국회 본회의 또는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의 반복되는 폭력 행위 등 공정하게 예산을 짜고 처리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없애는 법과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 2010.01.14. 헤럴드경제, 헤럴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