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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세율인하경쟁 중인데... 박상근 경영학박사 10.11.01
지금 세계는 세율인하 경쟁(Tax Competition) 중이다. 세계 각 국가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은 2001년 30.2%에서 2005년 26.1%, 2009년 24.0%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대만은 올해 법인세율을 5%포인트 내려 20%가 됐고, 싱가포르도 17%까지 낮췄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주민세 포함)로 OECD 평균 24.2%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기 시작해 2009년에 22%로 낮아졌고 2012년부터 20%로 인하될 예정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실질적 법인세율은 22%(주민세 포함)로 OECD 평균 이하가 돼 경쟁력을 갖게 된다.

세계 각국이 세율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정치권에서는 부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는 2012년에 2%포인트 인하하기로 돼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 철회, 소득세 최고세율 40%(현행 35%) 구간 신설이 들어 있다.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현행 세율이 낮다는 인식과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포퓰리즘적 논리`가 깔려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0%로 낮추는 세제개편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주장해 시행 시기를 당초 2010년에서 2012년으로 한 차례 연기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또 일부 야당 의원들이 2012년으로 예정돼 있는 법인세율 인하를 철회할 것을 주장하더니, 최근 여당 최고위원도 이에 가세하고 나섰다. 야당이 법인세율 인하 시기를 2년 연기할 것을 주장하던 2009년 정기국회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내수 경기는 최악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2012년으로 예정돼 있는 세율인하는 그때 가서 주변 국가의 세율 수준과 국내외 경제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할 일이다. 이것이 국가의 신뢰성과 정책의 일관성 유지에 도움이 되고,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한다. 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지 포퓰리즘적 잣대로 세율을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과 인력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부자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둬 가난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는 포퓰리즘 논리에 매몰돼 높은 세율을 고집하는 것은 세계 속에 외톨이로 남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본과 인력이 세금이 낮은 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국부와 인력이 유출되고, 외국자본과 고급인력이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기업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든다. 국민 모두가 손해를 보는 일이다.

재정건전성 확보는 세율을 올리는 방법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고소득자 중심으로 누락된 소득을 찾아내고 새로운 세원(稅源)을 발굴하는 등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 2010.11.02. 매일경제, 열린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