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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원칙에 충실한 세제개편을 바란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0.10.04 | |
정부는 지난 8월초 올해 세제개편에선 '친서민. 일자리창출, 재정건전성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통일세 도입을 언급했고 저출산․ 고령화 대책 등 앞으로 막대한 재정지출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재정건전성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재정건전성은 세수확보가 관건이다. 이는 과세표준(세원)과 세율의 크기에 달렸다. 세원 포착률과 세율이 높으면 세수가 늘어나고 반대이면 줄어든다. 그렇지만 세계 각국이 투자유치를 위해 세율을 내리는 추세이므로 세율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세제개편은 ‘세원(稅源)은 늘리고 세율을 내리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국내외 기업의 국내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22%(2012년부터 20%)다. OECD 평균보다는 낮고 경쟁국인 홍콩‧싱가포르보다는 높은 편이다. 조세부담의 척도인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35%(2012년부터 33%)로서 OECD 평균에 근접해 있다. 이와 같이 당장 세율을 개정할 요인이 없다. 다만, 내년부터 부활하게 돼 있는 다주택과 비사업용토지 양도자에게 50% 또는 60%의 높은 세율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세제는 올해 폐지해야 한다.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세금을 부과함에 있어 소득의 크기가 아닌 주택 수 또는 사업용 여부를 기준으로 높고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세제는 불공평하다. 또한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는 시기에 부동산거래를 위축시키는 비효율적인 세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세율 인상을 자제해야 하는 현행 세제에서 재정수입확보는 세원(과세표준) 확대에 달렸다. 정부는 세원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일몰(日沒, sun set)이 도래하는 비과세‧ 감면을 폐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정부는 세제개편 때마다 29조6,321억 원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비과세·감면의 축소를 공언해 왔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드물다. 올해는 정부의 방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다음으로 고소득 전문직과 대규모 자영업자의 숨은 세원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과제는 국세청에서 중점업무로 추진 중이며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정으로 세원을 확대하는 일은 지속되기 어렵다. 필자는 정부가 효율적인 세원확대방안을 찾아내 입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주요한 세제개편방향은 조세부담의 공평성 확보다. 재정․경제학자들은 ‘공평하면서도 효율적인 세금(최적과세, Optimum tax)’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는데, 직접세 위주의 공평을 강조하는 세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통적 이론이었다. 이에 반해 납세자의 경제활동에 간섭하지 않으면서 대량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소비세를 강조하는 이론도 있다. 그러나 직접세와 간접세를 50:50으로 구성해 공평과 효율이 균형을 이루는 세제가 바람직하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직․간접세비중은 51:49(2008년 기준)로서 공평과 효율을 고려한 바람직한 구조이므로 어느 한 쪽의 비중을 급격히 높이거나 낮출 우려가 있는 방향으로의 세제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 . 정부는 ‘죄악세(Sin tax)’로 일컬어지는 술과 담배 소비세 인상을 공론화하는 과정에 있다. 소비세 인상은 세 부담의 불공평을 심화시키면서 물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해 서민가계의 부담을 늘린다. 술과 담배의 과소비로 인한 ‘외부불경제(外部不經濟)’는 소비자 자율에 맡기거나 시민단체 또는 언론을 통한 홍보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소비세율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한편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의 축소, 사치품과 에너지 다소비 품목 위주로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세원)을 넓혀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친서민 조세정책이며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방향으로의 소비세제 개편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제의 효율성 강화다. 세제의 효율성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 유수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선 기업의 경쟁력은 R&D(연구개발)투자와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R&D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20~30%로 높은 특정분야도 있지만, R&D투자 총액 대비 공제율은 3~6%로서 경쟁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 있다. 세계시장에서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주요 국가들의 R&D투자 총액 대비 세액공제율은 평균 8~12%에 이른다.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R&D투자 총액 대비 세액공제율을 경쟁국과 비슷한 1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정부는 창업에 대해서는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가업을 승계하면 아직도 부(富)의 대물림으로 보고 세금을 중과한다. 이제 가업을 훌륭히 이어 나가는 것을 제2의 창업으로 보고 지원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세금 때문에 문을 닫으면 일자리가 줄고 기술이 사장(死藏)되는 등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 가업상속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세제인 가업상속 전후의 세금납부, 일자리 창출, 사회 기부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완수 정도를 평가해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 가업상속지원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아무쪼록 국민들은 정부와 국회가 납세자의 재산권 보호,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원활한 재원 확보에 충실한 공평하고 효율적인 세제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 조세신보사, 2010.10월호, TAX magaz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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