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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10.06.01 | |
우리 국민들은 ‘상속세’하면 부자들이 내는 세금, ‘증여세’하면 가진 자들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상속․증여세율은 높여야 하고 내리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가 세계적으로 높은 상속․증여세율(10~50%)을 소득세율(6~35%) 수준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2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야당은 부자감세라는 논리로 상속․증여세율 인하를 반대하고 있고, 세율인하를 주도하던 정부․여당마저 ‘부자증세, 서민감세’라는 야당의 표퓰리즘적 논리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과 인력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표퓰리즘적 논리에 매몰돼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고집하면 기업인들의 투자의욕과 사업의욕을 떨어뜨림은 물론이고 자본의 효율적 사용이 제한된다. 또한 자본과 고급 인력이 국외로 빠져 나간다. 국민 모두가 손해 보는 일이다. 세계 각국이 상속세율을 인하하는 추세이고 일부 유럽 국가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부유세(富裕稅)마저 폐지해 국부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둬야 한다면서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유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주된 이유는 돌아가신 분이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부분을 상속단계에서 거둬들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상속재산 형성과정에서 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것이 상속세 폐지 및 세율인하에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상속재산 형성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세를 제대로 내는 시스템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돌아가신 분이 상속재산 형성과정에서 소득세를 재대로 냈다면 상속재산은 소득세를 낸 자금으로 형성된 자산이다. 이러한 상속재산에 부과되는 상속세는 소득세와 이중과세된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 선진국의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은 이유는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아직도 50%이다. 상속재산이 소득세(현행 최고세율: 38.5%)가 부과된 소득으로 조성됐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예컨대 부모가 100의 소득을 얻어 38.5%에 해당하는 38.5를 소득세로 내고, 61.5를 자식에게 상속한다면 여기에 50%에 해당하는 상속세 30.75를 또 내야 한다. 결국 69.25%라는 고율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너무나 가혹한 세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속세 최고세율을 50%로 높게 정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더구나 대부분 국가가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은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은 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을 보면 독일․ 터키․ 벨기에는 30%, 네덜란드는 27%, 아일랜드는 5%의 낮은 세율을 갖고 있다. 상속․증여세는 이제 더 이상 부자들만이 내는 세금이 아니다. 토지 및 주택의 과세기준인 공시가격의 현실화로 서울 강남권 지역에 30평형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중산서민층도 수천만 원의 상속․증여세를 내야할 판이다. 세원(과세대상)이 늘었고 과세표준이 높아졌으면 세율을 내리는 것이 원칙인데 1996년에 만들어진 과세표준 구간과 상속․증여세율을·1999년에 부분 손질 한 후 14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이다. 또한 높은 상속세 때문에 가업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 기업인이 겪고 있는 경영상 최대 애로점이 ‘가업승계’이고, 가업승계를 어렵게 하는 최대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세’를 꼽았다. 물론 상속․ 증여세법에서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를 적용받는 기업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업주가 승계기업자산의 50%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내고나면 기업이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로 인해 기업은 축소경영에 들어 갈 수밖에 없고 폐업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지속 성장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상속․ 증여세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속세가 소득세와 이중과세된다는 점,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경쟁국보다 터무니없이 높기 때문에 국부가 유출되고 자본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 상속세가 가업승계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 현행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상속세율이 14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각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구간 금액을 높이고 상속세 최고세율(50%)을 소득세 최고세율(35%)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2010.6.TAX magazine(6월호).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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