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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실명제 부활 논할 때 아니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9.12.23 | |
접대실명제는 1회에 지출하는 접대비 금액이 50만원을 넘을 경우 접대 목적과 접대 상대방을 밝혀야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시행해 오다가 문제점이 있어 올해 초에 폐지됐다. 그런데 정부 주도로 접대실명제를 폐지한지 채 1년도 안된 시점에 그것도 폐지 당시와 하등의 달라진 점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 정치권이 이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12월 15일자 A5면).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지금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접대실명제의 부활을 논할 때가 아니다. 현재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를 없애는 상황인데 폐지된 규제의 하나인 접대실명제를 부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접대실명제가 폐지된 지 1년도 안된 시점에서 그것도 정치적 목적으로 부활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법적안정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접대하면 고급 술집 또는 골프장에서 이뤄지는 ‘호화접대’만 생각하는 게 문제다. 접대비는 판로개척, 매출처와 매입처 실무자 간에 업무협의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출에 해당한다. 더구나 세법은 기업이 연간 쓸 수 있는 접대비 한도액을 최소한으로 정해 놓고 1회 지출액이 1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신용 카드를 사용해야 비용으로 인정하는 등 접대비를 규제하고 있다. 현행 세법과 내부통제로도 접대비의 투명성과 업무관련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데 구태여 접대실명제가 필요한지 의심스럽다 접대 실명제는 접대 상대방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접대 문화에 맞지 않는다. 또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로 작용한다. 기업은 기준금액(50만원) 미만으로 영수증을 쪼개거나, 같은 거래를 일자와 장소를 바꿔 결제하는 등 편법과 탈법을 동원해 접대 실명제를 빠져나갈 것이다. 과세당국이 이를 일일이 파악해서 단속하는 것은 시간과 인력 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올해 초 정부 주도로 접대실명제를 폐지한 주요 원인이다.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부패는 접대비가 아니라 업무와 관련 없고 영수증 없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뇌물 또는 불법로비다. 뇌물과 불법로비는 금융실명제의 보완 또는 정치자금법의 강화 등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므로 접대실명제를 부활해서 공무원 범죄와 불법 로비 활동을 막겠다는 정책은 번지를 잘못 찾은 과잉규제에 해당한다. 접대비제도의 개선 방향은 기업이 접대비로 사용할 수 있는 세법상 한도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한도액내에서의 사용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 방안으로 우선 공연·영화 등 문화접대비의 사용 한도액을 현행보다 늘려 접대문화의 건전화를 도모하고, 고급 술집·골프를 비롯한 호화접대비는 별도의 한도액을 정해 업무관련 없는 접대비 지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 2009.12.23. 조선일보, 편집자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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