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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의 愚 ‘임투공제’ 폐지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9.11.27 | |
현재 우리 경제는 생산․소비․수출을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투자와 고용만은 여전히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은(韓銀)이 2005년을 기준으로 작성한 올 상반기 실질 설비투자액은 37조707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47조2657억원에 비해 9조5584억원(-20.2%)이 줄었다. 이는 9년 전인 200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서 환란 당시인 1998년(-44.9%) 이후 11년 만에 최악이다. 올 3/4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8.9% 증가했으나, 전년 동기대비로는 8.7%가 감소해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기업이 투자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긴다. 경제가 어려워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 정부는 20년 2개월 동안 유지해 온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공제)’의 폐지를 추진 중이다. 임투공제는 기업이 설비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10%를 법인세 또는 소득세에서 빼 주는 ‘추자촉진 세제(稅制)’다. 현행 투자세액공제 중 가장 큰 임투공제가 사라지면 기업은 연간 약 1조8000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임투공제를 전제로 투자계획을 세운 중소기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금조달과 투자시기에 차질을 빚게 됨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올해 우리 경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환율․유가 등 세계경제 환경의 도움으로 금융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내년에는 재정지출이 줄어들고 '출구전략(Exit strategy)'으로 자금경색이 예상되는 한편 세계경제 환경도 약(弱) 달러, 고 유가 등 우리에게 불리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중요한데 가계는 과중한 부채와 소득 감소로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다. 경제를 이끌 주체로서 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이런 시기에 사실상 출구전략에 해당하는 임투공제 폐지 등 감세정책을 일시에 거둬들이는 세제개편이 금리인상을 비롯한 여타 출구전략과 맞물릴 경우 그 폭발력이 의외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메르켈 총리는 최근 "감세가 경제를 회복시켜 일자리를 만들고 세수를 늘리는 원동력"이라면서 감세규모를 늘리는 친(親)기업․성장위주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대 우리나라 국회에선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하를 둘러싸고 여야 간에 부자감세 논쟁이 한창이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는 기업에 적용되는 세율 인하와 ‘투자촉진 세제’인 임시투자세액공제 유지를 부자감세로 치부하는 것은 세제의 세계적 추세와 기업의 어려움을 간과한 면이 있다. 다행히 법인세 최고세율을 2%포인트 내리는 데는 정부와 국회의 공감대가 형성돼 가는 분위기다.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출 경우 연간 감세효과는 2조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연간 1조8000억원에 이르는 임투공제를 폐지하면 법인세율인하로 발생하는 감세효과의 대부분을 상쇄하게 된다. 이는 MB 정부가 강조하는 감세정책 기조 유지와 역행하고, 세율과 투자환경을 투자의사 결정의 주요한 잣대로 여기는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임투공제 폐지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책은 타이밍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경제가 정상궤도에 들어섰다는 확실한 신호가 없는 지금은 수십년간 유지해 온 임투공제를 폐지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 임투공제를 폐지해 눈앞의 세수를 취하는 단기적 대응보다 이를 유지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이 정도다.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가계 소득과 세수를 늘려 경제를 ‘선순환(善循環)구조’로 이끄는 정책이기도 하다. 또 정부와 국회가 임투공제 폐지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 2009.11.27. 한국경제,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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