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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9.08.13 | |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이 ‘표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전문가들로부터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민생 챙기기의 일환으로 ‘서민감세’를 언급했고, 야당은 줄곧 ‘부자증세, 서민감세’를 주장해 왔으며 최근 여당마저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올해 정부 세제개편에선 ‘부자증세, 서민감세’라는 표퓰리즘적 논리를 배제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표퓰리즘 세제는 종부세다. 종부세는 땅 부자와 집 부자로부터 징벌적인 세금을 거둬 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세금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종부세 납세자들은 과중한 세 부담에 헌법소원 등으로 집단 반발했고, 종부세를 가져갈 지방에선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면서 오히려 종부세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종부세는 세금이 수도권과 지방 그리고 부자와 가난한 자 등 계층 간에 편을 갈라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음을 실증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제 이러한 종부세를 예정대로 폐지하고, 고액 재산가을 중심으로 합리적 수준으로 재산세를 올리는 것이 세제의 기본에 맞다. 이렇게 해도 얼마든지 서민 친화적인 세금정책을 펴면서 부자들에게 합당한 세금을 더 물릴 수 있다. 상속․증여세율을 내리는 세제개편안도 ‘부자감세’라는 ‘표퓰리즘’에 매몰된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지난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10~50%)을 소득세율(6~35%) 수준으로 인하하는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현재까지 잠자고 있다.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상속․증여세율 인하에 반대해 왔고, 최근 정부․여당마저 ‘부자증세, 서민감세’라는 표퓰리즘적 논리로 돌아서면서 상속․증여세율 인하는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자본과 인력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시대에 우리만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고집하면 기업인들의 투자와 사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자본과 고급 인력이 국외로 빠져 나간다. 세계 각국이 국부 유출을 막고 자본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가 위해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일부 유럽 국가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부유세(富裕稅, Wealth tax))’마저 폐지하는 추세에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독 우리나라만 부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유지하는 정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돌아가신 분이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소득세를 냈다면 상속재산은 소득세를 낸 자금으로 조성한 자산이다. 이러한 상속재산에 부과되는 상속세는 소득세와 ‘이중과세(二重課稅)’된다.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상속세 최고세율을 소득세율 최고세율보다 낮은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상속세가 소득세와 이중과세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에 만든 상속․증여세율을·1999년에 부분 손질 한 후 13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율을 정할 당시인 13년 전에 비해 경제가 성장했고 물가가 올랐으며 토지․주택의 공시가격이 대폭 현실화되는 등 사정이 달라졌는데도 높은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면 중산서민층을 비롯한 국민의 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상속․증여세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때가 됐다. 상속세가 소득세와 이중과세된다는 점, 우리나라 상속세가 경쟁국보다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 현행 상속세율을 정할 당시인 13년 전에 비해 경제 및 조세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50%)을 소득세 최고세율(35%)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세제지원을 ‘부자감세’로 보는 시각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 중 성장․생산․수출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호전됐지만 투자와 고용만은 바닥을 기고 있다. 기업이 투자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시점에서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온 ‘임시투자세액공제의 폐지’ 등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의 세제개편은 신중을 요한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은 기업이 투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세제를 폐지할 시점이 아닌 것 같다.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을 축소하거나 공제율을 인하하는 방향으로의 개정을 포함해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유지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이것이 경제를 살려 세수를 확보하고 경제를 ‘선순환(善循環)구조’로 이끄는 정책이다. ‘서민감세’도 표퓰리즘으로 흘러선 안 된다. 우리나라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50% 정도가 세금 한 푼 안내는 면세자다. 서민에게는 더 깎아 줄 세금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감세정책은 그 실효성이 의심되는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세특례제한법상 노인․장애인 등의 생계형저축에 대한 비과세’ 등 저소득층에 대한 기존의 비과세․감면을 유지하는 것을 서민감세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실질적인 친(親) 서민정책은 감세보다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중증장애인 등 근로능력이 없는 서민의 생계는 국가가 재정지출로 책임지고, 근로능력이 있는 서민에겐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추진하고자하는 재원확보에 충실한 세제개편은 ① 세율을 내리고 세원은 확대하며, ② 세제의 공평과 효율을 강화하고, ③ 세제에 ‘부자증세,서민감세’라는 포퓰리즘을 배제하는 등 세제개편의 기본 방향에 충실해야 성공할 수 있다. / 2009.08.13. 조세일보,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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