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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 이젠 내릴 때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9.08.11 | |
우리 국민들은 ‘상속세’라면 부자들이 내는 세금, ‘증여세’라면 부자들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상속․증여세율은 무조건 높여야 하고 내리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 세계적으로 높은 상속․증여세율(10~50%)을 소득세율(6~35%) 수준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도 잠자고 있다.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반대해 왔고, 정부․여당도 ‘부자증세, 서민감세’라는 표퓰리즘적 논리로 돌아서면서 세율인하는 물 건너간 분위기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주된 이유는 돌아가신 분이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부분을 상속단계에서 거둬들이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상속재산 형성과정에서 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것이 상속세 폐지 및 세율인하에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상속재산 형성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세를 제대로 내는 시스템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예컨대 돌아가신 분이 소득 100을 벌어 소득세(최고세율:주민세 포함 38.5%) 38.5를 냈다면 상속재산은 61.5이고 여기에 상속세(최고세율:50%) 30.75를 내야 한다. 결국 69.25%라는 고율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너무나 가혹하다. 이와 같이 상속재산 61.5에는 소득세와 상속세가 이중과세된다. 대부분 선진국의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은 이유는 상속재산에 소득세와 상속세가 이중과세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다. 상속재산에 소득세와 상속세가 이중과세된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속세 최고세율을 50%로 높게 정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더구나 대부분 국가가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은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은 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을 보면 독일․터키․벨기에는 30%, 네덜란드는 27%, 아일랜드는 5%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과 인력의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표퓰리즘적 논리에 매몰돼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고집하면 기업인들의 투자와 사업 의욕을 떨어뜨림은 물론이고 자본의 이동을 막아 효율적 사용도 제한한다. 또한 국부와 고급 인력이 국외로 빠져 나간다. 국민 모두가 손해 보는 일이다. 세계 각국이 상속세율을 인하하는 추세이고 일부 유럽 국가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부유세(富裕稅)마저 폐지해 국부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둬야 한다면서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유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속․증여세는 이제 더 이상 부자들만이 내는 세금이 아니다. 토지 및 주택의 과세기준인 공시가격의 현실화로 서울 강남권 지역에 30평형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중산층도 수천만 원의 상속․증여세를 내야할 판이다. 또한 높은 상속․증여세율 때문에 가업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발전에 상속․증여세가 최대 걸림돌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에 만든 상속․증여세율을·1999년에 부분 손질 한 후 13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율을 정할 당시인 13년 전에 비해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올랐으며 토지․주택의 공시가격이 대폭 현실화되는 등 사정이 달라졌는데도 높은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면 중산서민층을 비롯한 국민의 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상속․증여세율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속재산에 소득세와 상속세가 이중과세된다는 점, 우리나라 상속세가 경쟁국보다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 현행 상속세율과 과세표준구간이 13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상속세 최고세율(50%)을 소득세 최고세율(35%)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2009.08.11. 조세일보, 편집자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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