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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 서민 세금정책’의 함정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9.07.09 | |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부자정권 이미지를 벗기 위해 중도서민정책의 일환으로, 조세 정책에서도 친(親) 서민원칙을 적용할 것이라는 보도를 읽었다(7월 8일자 A1면). 이 기사에서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초 예정했던 상속세와 증여세 인하, 종부세 폐지 등을 포함해 세제와 관련된 기존 정책과 법안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증세를 위한 세제 개편을 하더라도 ‘세율(稅率)은 내리고 세원(稅源)을 넓혀서’ 세수를 확보하는 세제 운영의 기본 방향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세제개편을 통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내린 것은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 세율 인하를 유보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너무 성급하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징벌성’ 과세를 했던 종부세도 예정대로 폐지하고, 합리적 수준에서 재산세를 올리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해도 얼마든지 서민 친화적인 세금 정책을 펴면서, 부자들에게 합당한 세금을 더 물릴 수 있다. 가령 세수를 늘리는 방안으로, 각종 비과세·세금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비과세·세금감면 혜택이 200여 가지에, 29조6321억원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부자와 관련된 불요불급한 비과세·세금감면을 축소하고 서민과 중소기업 감면을 유지한다면 공평과세와 세수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고소득자 중심의 소득과세는 당연히 강화해야 한다. 세율은 내리되, 전문직과 대규모 현금수입 업종, 고액 상속·증여를 비롯한 고소득자의 탈루 소득을 속속들이 찾아내 세금을 제대로 매기는 식으로 부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상속·증여세도 세율을 내려야 한다. 무작정 세율만 높다고 부자들로부터 상속·증여세를 더 많이 거둘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무거운 세금을 빠져나가려는 탈루 자산이 더 생긴다.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율(10~50%)은 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6~35% 수준으로 내리는 대신, 상속·증여세의 과세대상 자산을 시가로 평가해 과세기반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근본적으로 세수가 늘어나려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살아나고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비과세·세금감면 혜택을 축소하더라도, 기업 경쟁력을 위해 R&D(연구개발)에 대한 세제 지원은 오히려 늘려야 한다. 경쟁국의 R&D 투자총액 대비 세액 공제율을 보면 일본은 8~10%, 프랑스는 10%, 영국은 8.4%, 중국은 12.5%다. 3~6% 수준인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R&D 투자총액 대비 세액공제율을 경쟁국 수준인 5~10%로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 2009.07.09. 조선일보, 편집자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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