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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9.04.20 | |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양도세중과 폐지 법안이 ‘부자감세’에 해당하는 지를 둘러싸고 여당 의원들 간에 논쟁이 뜨겁다. 지난 15일 한나라당 의총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개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도세중과 세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원들은 “양도세중과 폐지는 부자감세에 해당하고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과연 그럴까?
정부가 추진하는 세법개정안대로 다주택과 비사업용 토지 양도에 55% 또는 66% 세율로 양도세를 중과하는 세제를 폐지하면 다주택자와 비사업용 토지 소유자는 소득금액의 크기에 따라 6.6~38.6%(4단계 초과 누진세율)의 세율로 양도세를 내게 된다. 투기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이 많으면 높은 세율,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경우 낮은 세율이 적용되므로 세제의 공평성이 강화된다. 어느 납세자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할 것인가, 낮은 세율을 적용할 것인가는 소득금액의 크기로 결정해야 할 문제다. 현행 양도세중과 세제와 같이 주택 수와 토지의 사업용 여부를 기준으로 세금을 더 거두고 덜 거두게 되면 세 부담에 불공평이 발생한다. 또한 서울의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집값이 하향안정세에 있는 현 시점에서 과거 부동산가격 폭등시기에 도입된 투기억제 목적의 낡은 세제를 그대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 양도세중과 폐지는 세제의 정상화이지 부자감세가 아닌 것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의하면 이자와 배당소득금액이 연간 4,000만원인 납세자는 15.4%에 해당하는 616만원의 세금을 낸다. 하지만 3주택과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해 동일 소득이 생긴 경우 무려 2,640만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부동산양도소득이 이자와 배당소득보다 4.28배 중과된다. 이자․배당․부동산임대 등으로 연간 수억 원을 벌어들이는 고소득자도 최고 38.6%의 세금을 내면 납세의무가 끝난다. 소득종류와 관계없이 동일 소득금액에는 동일수준의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공평한 세제다. 양도세중과 폐지는 모든 양도소득에 정상 소득세율 6.6~38.6%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부자감세라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1세대1주택 양도에는 최고 80%, 사업용 토지 양도에는 최고 3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해준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물가상상분에 해당하는 소득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의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에 의하면 다주택과 비사업용 토지 양도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양도세중과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다주택과 비사업용 토지 소유자는 물가상승분에 해당하는 ‘가공이익(架空利益))’에 세금을 내는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 또한 선진국 세제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연분연승법(年分年乘法)’을 적용해 세 부담의 적정화를 기하고 있다. 예컨대 20년 장기 보유한 토지 양도로 5억 원의 양도소득이 발생한 경우 양도세중과 세제에 의하면 3억3000만원,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개편안대로 정상세율을 적용하더라도 1억7700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이 경우 연분연승법을 적용할 경우 연 평균소득은 2500만원(5억원÷20년), 낼 세금은 6160만원(연 308만원×20년)으로 대폭 줄어든다. 연분연승법이 도입되지 않은데다 세율마저 높은 우리나라 양도세중과세제는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징벌적 세제임이 틀림없다. 국가와 지자체의 재원확보가 주 목적인 세금을 투기억제에 이용하면 경제에 주름을 남긴다. 다주택자에 중과하면 동결효과(凍結效果)로 주택공급이 줄어들어 부동산시장이 왜곡되고 집값과 임대료가 오른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중산서민층이 떠안는다. 비사업용 토지 중과세제는 기업의 사업용 토지 확보와 구조조정을 어렵게 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외자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한 농어촌지역 토지의 대부분이 비사업용토지에 해당돼 농어촌경제를 침체시킨다. 양도세중과세제 폐지를 부자감세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여당의원들과 야당은 양도세중과를 폐지하면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것을 염려한다. 하지만 투기억제는 현행 소득세법상 탄력세율 55%(정상세율 38.5%+가산세율 16.5%) 발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투기가 발생하는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해 탄력세율 55%를 적용하면 현행의 양도세중과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투기억제는 적기 적소에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정책과 부동자금이 투기자금화하는 것을 억제하는 금융정책으로 푸는 것이 정도다. 세제를 동원하지 않고 주택정책과 금융정책으로 투기를 해결해야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되고 공평과세를 실현할 수 있다. /2008.04.20. 조세일보,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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