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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 세제 바로잡자 박상근 04.07.07
현행 국세기본법은 당초 신고.납부 시 납세자가 세법에 의해 내야 할 세액보다 적게 낸 세액은 관할 세무서장이 바로잡아 통지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추가납부할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신고.납부 시 세법에 의해 내야 할 세액을 초과해 낸 세액은 법정신고기한 경과 후 2년 이내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청구해야 환급받을 수 있다. 즉 국가에 유리한 과소 납부세액의 추가납부는 기한의 제한없이 언제든지 가능하고, 납세자에게 유리한 초과 납부세액의 환급은 법정신고기한 경과 후 2년 이내만 가능하다.

이 같은 국세기본법 규정은 조세법 관계에 있어 국가와 국민이 동등한 위치에 있음에도 국가보다 납세자를 불평등하게 취급하고 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그동안 조세학계와 조세전문가단체 등에서는 청구기한을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을 감안해 5년으로 연장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

국가에 비해 납세자를 불공평하게 취급하는 세법 조항은 우리 세법의 도처에 자리잡고 있다. 또 다른 불공평 사례로서 국세를 법정납부기한까지 신고.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징세관서에서 그 미납기간의 이자 성격으로 받는 미납부 가산세율은 1일 1만분의 5로서 연 18.25%이다.

그러나 잘못낸 세금을 납세자에게 돌려주면서 환급세금에 가산해 주는 이자성격의 환급가산금의 이율은 1일 10만분의 13으로서 연 4.75% 수준이다. 과오납한 납세자에게 되돌려주는 세금에 가산해 주는 환급가산금의 이율은 은행이자율 하락에 발맞춰 연 10.95%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시켜 왔다. 그러나 납세자로부터 덜 낸 세금을 받아들이면서 가산하는 미납부가산세율은 연 18.25%에서 요지부동이다. 그러므로 현재 연 18.25%인 미납부가산세율도 현행 은행이자율과 환급가산금의 이율을 감안해 연 5% 수준으로 대폭 인하해야 공평하다.

이 외에 현행 세법조항에는 사업자 간, 소득자 간에 불공평을 야기하는 조항이 상당히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가가치세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간의 불공평이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는 영세사업자보호측면에서 과세특례를 두고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과세특례범위를 넘어선 일반과세 사업자들이 매출누락 등으로 사업규모를 축소신고해 간이과세라는 '우산' 속에 안주하는 제도로 악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 수에 있어서도 특례과세자인 간이과세자가 정상과세자인 일반과세자보다 많은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는 부가가치세 행정의 기본틀을 무너뜨리고 거래의 투명성을 저해하며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간 또는 사업자와 근로소득자 간 세부담의 불공평을 초래하므로 폐지돼야 한다.

조세법의 제정과 운영에 있어 양대축은 공평과 효율이다. 효율은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공평은 경제발전의 결과인 파이(Pie)를 국민에게 고르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효율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공평성 확보는 더욱 중요하다. 불공평세제를 바로잡는 것도 그 어느 분야 못지않은 민생현안이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조세법의 제정과 운영에 있어 공평성이 훼손된 분야를 찾아내 시급히 개선해 주길 바란다. / 2002. 7. 15. 조선일보 6면,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