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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절차법’이 필요하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8.11.06 | |
국세청은 정권이 바뀌거나 대형비리가 터질 때마다 세무조사 쇄신방안을 내놓고 재발방지를 다짐해 왔다. 하지만 세무조사는 여전히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음이 최근 한국갤럽의 신뢰도조사에서 확인됐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신뢰받는 세무조사가 되기 위해선 국세청의 자정(自淨)노력에 앞서 개선해야 할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세무조사와 관련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세무조사를 둘러싼 환경이 오염돼 있는데 세무조사만이 깨끗할 수 없다. 현행 세제는 높은 세율이 탈세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세율을 낮춰 기업이 소득을 모두 신고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낮은 세율은 기업이 세무조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조사공무원의 부조리를 줄여 세무조사의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더불어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할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이를 위반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삼성특검’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뇌물자금 마련 등 비자금조성이 필수적이다. 비자금조성은 대부분 탈세를 수반하므로 해당 기업이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될 위험이 높아지고 분식회계․뇌물제공․횡령 등 각종 탈법과 부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비자금조성 관행은 건전한 기업경영, 세무조사가 신뢰받을 수 있는 기반조성, 투명사회로 가기위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다음으로 세무조사와 관련된 법과 제도의 정비다. 현재 조사대상 선정, 은행계좌 추적, 거래처에 대한 조사를 비롯한 모든 세무조사절차가 국세청 내부규정인 ‘조사사무처리규정’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납세자의 재산권침해 가능성이 큰 세무조사 전반에 조사공무원의 재량권이 폭 넓게 개입할 여지를 만들어놓은 상태다. 납세자의 재산권침해 가능성이 큰 세무조사 전반이 징세기관인 국세청이 만든 내부규정에 맡겨진 상태에서 납세자가 권익을 제대로 보호받기 어렵다. 여기서 국회의 입법권으로 세무조사절차를 통제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납세자의 권익과 관련된 모든 세무조사절차를 실정법으로 자세히 규정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반한 조사결과를 무효로 하는 ‘세무조사절차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조사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그대로 둔 채 세무조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국세청의 다짐은 원천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과제다.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행사로 끝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쇄신방안이 구두선(口頭禪)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세무조사와 관련된 환경개선’과 ‘세무조사절차법의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같은 선행조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무조사가 신뢰받기란 백년하청이다. / 2008.06.17.조선일보, 독자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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