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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는 소비·투자회생의 촉진제 박상근 경영학박사 08.11.06
정부가 법인세와 소득세를 내리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는 등 18조원 규모의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세금정책에는 되도록 납세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감세와 세 부담을 높여 재정 지출을 늘리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이 중 감세는 낼 세금이 많은 부자가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보는 게 사실이다.

세상만사가 마찬가지지만 감세도 표면적인 것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감세는 정부에서 가계가 소비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 주는 것과 같다. 소비와 투자는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린다.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면 중산·서민층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게 돼 있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집권 8년 동안 감세와 규제 완화로 경기를 회복시키고 2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감세는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단편적인 주장만 고집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방경제 체제에서 감세는 필수다. 세계 각국이 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법인세율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결정하는 주요 잣대다. 부자에게 세금을 중과하면 내외국인이 국내 투자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등의 직접투자를 한 실적이 30개 회원국 중 29위였다. 그러면 외국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종합부동산세와 비슷한 세금인 부유세를 갖춘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은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면서 부유세를 폐지하고 있다.

야당은 감세가 재정 적자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이를 반대한다. 하지만 경기는 죽어가는데 정부 살림은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우리나라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15조3000억원에 이어 올해에도 10조원 안팎의 초과세수가 전망된다. 초과세수를 경기회복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세수 증대 요인이 일시적인 ‘반짝 효과’가 아니라 항구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일회성인 추경예산보다는 영구적인 감세정책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정부조직을 효율화하고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을 줄이는 ‘작은 정부’ 추진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정부가 먼저 몸집을 줄이고 절약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감세를 추진하면서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나라살림은 급속도로 악화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감세와 재정지출 규모 축소를 동시에 추진할 것을 권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세금의 고유목적인데도 참여정부는 투기억제 목적으로 부동산세금을 무차별 강화했다. 그 결과 부동산 거래가 실종되고 미분양 주택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일부 계층이 과중한 세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경기침체와 서민 고통으로 이어진다. 투기 억제는 세금보다 적기적소에 집을 지어 공급하는 주택정책과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투기자금을 차단하는 금융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야당도 감세는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을 버리고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을 위한 감세에 눈을 돌릴 때다. 감세로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중산·서민층에게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고 납세자의 과중한 세 부담을 덜어주는 감세의 기능도 중요하다.

2008.08.06. 세계일보,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