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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해체 부추기는 세제(稅制) 바로 잡아야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8.11.06 | |
종합부동산세는 동일 세대원이 소유한 주택가격을 모두 합산한 가액에 과세된다. 예컨대 남편이 10억원, 아내가 5억원짜리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과세대상금액은 15억원이 된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이혼하게 되면 아내 소유 주택이 과세기준인 6억원에 미달하게 되므로 과세대상금액이 10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절세됨은 물론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결혼보다 이혼 또는 독신에 유리한 세제다.
가족이 많은 세대는 양도세 부담에 있어서도 핵가족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1세대 3주택 이상인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지 못하고 단일세율 66%로 중과된다. 일반적인 양도세 최고세율이 39.6%인데 비해 상당히 높은 세율이다. 1세대 2주택인 경우 55% 단일세율로 중과된다. 양도세중과대상 세대 판정도 동일 세대원이 소유한 주택을 합산해서 판단한다. 양도세 역시 이혼과 가족해체를 부추긴다. 한편 세금이 효도까지 가로막고 있다. 경기도 과천에서 막내아들 내외의 효도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B씨(68세), 본인 소유 아파트를 팔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같이 사는 막내가 소유한 집을 합치면 1세대 2주택이 돼 추가로 부담할 양도세가 1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B씨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막내 내외를 내보내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세금이 가정생활까지 간섭하는 것이다. 민법은 부부별산제가 기본이다. 세법도 같은 추세로 가고 있다. 금융소득부부합산과세제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됐고, 가족이 공동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 공동사업에서 발생한 소득 전부를 공동사업외의 소득이 많은 세대원에게 합산해 소득세를 중과하던 공동사업합산과세제도도 폐지됐다. 세대구성원 각자의 재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개인별과세’가 세법의 기본정신이다. 결혼했다거나 가족과 같이 산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내라면 어느 누가 수긍하겠는가. 이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국민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 보장’에 어긋난다. 또한 세금은 국민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중립성원칙’에 비춰 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지난 5월17일 “종합부동산세를 세대별로 합산해 부과하는 규정이 위헌”이라는 납세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위헌제청신청을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리게 된다. 세금은 재산과 소득 등 부담 능력을 기준으로 매기는 것이 공평하다. 그러므로 결혼·동일세대 등 세(稅) 부담 능력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을 기준으로 세금을 강화하면 납세자는 이를 피하기 위해 위장이혼·가족해체 등 편법과 탈법을 동원한다. 이 과정에서 세금 외에 사회적 손실이 추가로 발생함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독일·일본·미국 등 선진국은 세대단위 합산과세를 폐지하는 추세에 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우리 국민은 불합리한 세제 때문에 이혼과 가족해체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투기억제는 세금보다 주택과 금융정책으로 푸는 것이 효율적이고 정도(正道)다. 그러므로 정부 스스로 세대단위 합산과세를 폐지하는 것이 불합리한 세제를 바로잡고 국민의 기본생활과 재산권을 보호하는 길이다. / 2008.07.22. 조세일보,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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