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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의 칼럼

제목 작성자 작성일
배려와 신뢰, 그리고 열정 박상근 경영학박사 08.01.07
사람이 삶을 살아감에 있어 만나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세무사도 마찬가지다. 사무소 직원, 거래처 사장, 그 밖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성공적 사무소 운영의 관건이다. 세무사가 성공적으로 사무소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세무사 나름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신뢰’ 그리고 세무사의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세무사는 사무소 직원, 거래처 사장을 위주로 한 세무업무상 만나는 사람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배려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베푸는 배려가 언젠가는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필자는 ‘남을 배려하는 행위는 나를 위해 보험에 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자가 된 청소부’의 저자이면서 인도의 성자인 ‘바바 하리 다스(Baba Hari Das)’는 다음과 같은 사례로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깜깜한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아가고 있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당신은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을 왜 들고 다니십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깜깜한 밤에 들고 가는 등불은 다른 사람이 자기와 부딪히지 않게 배려하는 행위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등불을 밝혀 다른 사람이 자기와 부딪히지 않게 배려하는 것은 동시에 앞을 못 보는 자기를 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가 초겨울 시골 마을을 지나면서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감나무에 달려 있는 두 세 개의 감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감’은 너무 높이 달려서 감나무 주인이 따지 못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닥쳐 올 눈 내리는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할 까치와 까마귀를 배려해서 감나무 주인이 남겨 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선조들은 새와 동물들까지 배려하는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잘 되는 회사는 직원에 대한 배려도 잘 돼 있다. 세계적 검색엔진회사인 구글(Google) 역시 직원에 대한 배려가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의 사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배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 내에 고급 음식과 음료수 등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료로 제공되는 식당 등 다양한 복지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매일 저녁 6시면 회사의 체육관에서 제공하는 체력단련훈련과 요가를 번갈아 배울 수 있고, 매주 한 시간동안 전신 피로를 풀 수 있는 시설의 이용권까지 제공된다. 이 밖에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빨래, 드라이크리닝, 자동차정비, 자전거구입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회사는 직원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회사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직장과 가정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잘되는 회사는 직원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배려를 하고 직원들은 소속감을 가지고 회사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회사와 직원의 관계다.

다음으로 세무사에 대한 ‘신뢰’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를 든다면 그것은 바로 ‘신뢰’다. 필자는 ‘신뢰가 돈’이라고 생각한다. 논어에 의하면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의 세 가지 중요한 요체인 △ 식량의 비축 △ 군비의 충실 △ 신의의 확립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느 것인지 물었다. 이에 공자는 ‘신의의 확립’이라고 답했다. 이는 ‘백성의 믿음을 잃으면 나라의 정치는 성립하지 않는다(民無信不立)’는 말과 통한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와 대학생 포털 캠퍼스몬은 최근 국내 대학 재학생 1,508명에게 ‘한국사회를 신뢰하는가’를 물은 결과, 80.4%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구성원간에 불신이 팽배하다. 불신이 팽배한 사회는 통합이 어렵고 경제․ 사회발전에 족쇄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이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는지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세무사도 종사 직원, 거래처 사장, 그리고 관련된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지속적이고 번창하게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다. 거래처 사장이 왜 세무사에게 그 중요한 세무 일을 맡기겠는가? 우리 세무사는 장부기장, 세무신고, 세무조사를 비롯한 모든 세무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세무사는 거래처의 세무문제를 내일 같이 적극적으로 해결해 줘야 한다. 그래야 세무사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세무사가 종사 직원, 거래처 사장, 그 밖의 관련인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세무사 자신이 자기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를 신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상대방이 자기를 신뢰해 주기를 바라겠는가? 자신을 신뢰하려면 상대방에게는 관대하면서 자기에 대해서는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엄격해야 하고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상대방의 세무사에 대한 믿음이 요구된다. 세무와 회계에 대한 전문지식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일상생활에 정직과 성실이 선행돼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세무사가 사실과 다른 거짓말을 하거나 주어진 업무를 소홀히 하면서 약속을 어긴다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나 앞서가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무사에 대한 신뢰는 그만큼 실추된다.

신뢰를 잃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신뢰는 신뢰를 받고 있을 때 지켜야한다. 한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세무사가 신뢰를 지켜야 사무소가 지속적으로 번창하고 정당한 대가가 돌아온다. 신뢰를 잃은 후에 이를 회복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사람들은 신뢰를 잃은 사람에게 또 다시 관심을 보내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세무사의 ‘열정’이다.

‘열정’은 이 시대의 주요 키워드(Key Word) 중의 하나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더욱 그렇다. 이제 세무사도 열정과 비즈니스 마인드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2006년 9월 방한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시스템이나 전략보다는 사람과 열정이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열정을 가진 리더로부터 나오는 창조성과 상상력이다.

「열정경영(The Passion Plan at Work)」의 저자 리처드 창, 역시 "조직의 성공과 실패는 열정이 넘치는 구성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기업이 높은 기술력이나 풍부한 자본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리더와 그의 열정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사사무소의 리더는 세무사이다. 세무사사무소의 성공과 번영은 세무사의 열정에 달렸다.

데일 카네기는 어느 날, 친구인 미국 중앙철도회사 사장인 프레드릭 D. 윌리암슨에게 "회사의 발전에 열쇠가 되는 중역의 선발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약간 놀라웠다.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에 있어서 실제적인 기술․ 능력․ 지식의 차이는 크지가 않아, 그렇지만 두 사람의 능력이 비슷하다면 열정적인 사람을 발탁하지. 능력은 2급이지만 열정을 가진 사람이, 1급 능력을 가졌지만 열정 없는 사람을 종종 앞지르거든.”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필요하지만 열정을 가진 사람이 더 중요함을 강조한 사례다. 국내에서는 특히 LG그룹이 신입사원 선발기준으로 “꿈과 열정을 가진 사람”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상률 국세청장이 간부회의에서 “미친 두 사람을 소개하겠다.”면서, 세무공무원교육원의 한연호 교수와 동수원세무서 소득세과 강선경조사관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한연호 교수는 연간 강의인원이 5,767명에 강의시간이 1,021시간에 이르는 기록적인 교육량 등 직원교육에 미쳤고, 강선경조사관은 불과 3년 만에 세법전을 14번 독파해 세법조문을 모두 외워버릴 정도로 실력연마에 미쳤다고 한다.

한연호 교수와 강선경 조사관은 자기가 맡은 업무에 미친 사람. 즉, 누구보다 맡은 분야에 미칠 정도로 열정을 쏟은 공무원이다. 국세청이라는 조직은 이런 열정적인 직원이 주도하고, 개인적으로도 이런 사람이 성공한다. 이 세상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모든 분야는 ‘저 사람 미쳤다’할 정도로 열정을 가진 사람이 주도한다. 또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에 미칠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이 성공하게 돼 있다.

/ 2008.1.2. 세무사신문 475호, 기고